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2000년 10월 27일 저녁, 지금은 '광주대구고속도로'로 이름이 바뀐 '88올림픽고속도로'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앞지르기하던 차량과 맞은 편에서 오던 차량 2대가 잇따라 부딪히면서 21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당했다. 차량 3대의 운전자는 모두 사망했다.
사고 차량 가운데 철제빔을 실은 트럭과 다수 인원을 태운 관광버스가 있어 인명피해가 컸다. 이후 도로명이 바뀌기 전까지 이 도로는 '죽음의 도로'로 불렸다.
왕복 2차선 도로 추월하다 맞은편 차량과 충돌

사고가 발생한 것은 27일 오후 6시 50분~7시께다. 전라북도 장수군 범안면 대론리 88올림픽고속도로 대구 방향 약 114㎞ 지점 장수나들목 인근에서 광주 방향으로 주행 중이던 대형 트럭이 앞서가던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었다. 당시 88올림픽고속도로는 왕복 2차선으로 운영돼 일부 중앙선 추월 가능 구간이 있었다.
앞차량 추월에 성공한 트럭은 곧장 원래 차로로 복귀하려 했다. 그런데 복귀하려던 순간 쏠림 현상이 발생하며 다시 중앙선을 침범하게 됐다. 트럭에 수백㎏이 나가는 건설용 철제빔 20여개가 실려있었던 탓이다.
예상치 못하게 중앙선을 재침범한 트럭은 맞은편에서 대구 방향으로 주행 중이던 관광버스로 충돌했다. 이후 관광버스를 뒤따르던 승용차와도 정면충돌했다.
이후 트럭은 5m 아래 궁동천변으로 추락해 앞모습이 완전히 파괴됐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관광버스 역시 뒷모습만 남긴 채 파손됐다. 트럭에 실려있던 철제빔이 버스와 충격하면서 버스 좌석이 차량 밖으로 튀어나오기까지 했다. 당시 승객 상당수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황이라, 버스 밖으로 튀어나온 사망자도 있었다.
두 달 전에도 사고 있었지만 확장 공사 무소식

사고가 난 관광버스는 대구 북구 신원교회 신자 21명을 태운 채 지리산 단풍 구경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이 중 대부분이 사망했으며 부상자도 속출했다. 트럭과 관광버스, 승용차 등 3대 차량의 운전자가 모두 사망해 경찰이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사고의 일차적 원인은 트럭 운전기사의 무리한 추월이었지만, 전부터 악명 높았던 왕복 2차로 운영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됐다. 중앙분리대 없는 고속도로에서 맞은편 차량이 없는 경우 추월을 시도할 수 있지만, 이때 자칫하면 맞은편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해당 구간은 6.5㎞에 이르는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이자, 곡선 구간이어서 사고 위험이 더욱 높았다.
독자들의 PICK
지금 2,113명 읽는 중
사고 발생 두 달 전에도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성기대교 구간에서 대구 방향으로 가던 통학버스와 탑차가 충돌해, 탑차 운전자와 전남대학교 학생 1명이 사망했다. 이 시기 영동고속도로는 대부분 구간이 왕복 4차로로 확장됐고, 제외됐던 횡계~강릉 구간도 확장 공사 중이었다. 동해고속도로도 왕복 4차로 확장 계획이 잡혀있었지만 88올림픽고속도로는 특유의 문제가 있음에도 확장공사 계획이 잡혀 있지 않았다.
참사 발생 이후 88올림픽고속도로는 '죽음의도로' '살인도로' '마의도로' '44(死死)내림픽저속도로' 등으로 불렸다. 사고에도 전체 구간 확장공사가 진행되지 않자 88올림픽고속도로를 지나는 지역민들이 모여 만든 단체에서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2008년 확장 및 선형 개량이 되지 않은 나머지 구간에 대한 왕복 4차로 확장 및 개량 공사가 착공됐다. 2015년 12월 왕복 4~6차로의 확장 공사가 완공되며 도로명도 '광주대구고속도로'로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