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음악 계약서에 'AI 조항'…"쓸 거면 미리 알려라"

게임음악 계약서에 'AI 조항'…"쓸 거면 미리 알려라"

김평화 기자
2026.09.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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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 게임의 '소리' 두드리는 AI] ① 달라지는 게임음악 외주계약
한 게임 프로젝트, 외주계약에 AI 사전고지·책임 조항 반영…업계선 드문 사례
스팀 "AI 사용 내용 신고하라"…작곡가 작업 방식이 게임사 출시 위험으로

[편집자주]  발소리와 괴물 울음, OST 등 게임내 소리에도 생성형 AI가 파고든다. 효과음에는 AI 제작도구가 이미 활용중이다. 반면 세계관과 플레이 흐름을 설계하는 음악 OST 적용에는 매우 신중하다. AI가 게임 사운드의 어느 영역까지 들어왔는지, 비용 절감의 이익과 저작권·출시 위험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짚어본다.
AI 시대, 달라지는 게임음악 외주계약/그래픽=김지영
AI 시대, 달라지는 게임음악 외주계약/그래픽=김지영

게임 음악을 만드는 외주 작곡가가 생성형 AI를 썼다면 그 사실은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게임사가 이를 모르고 납품받으면 플랫폼 신고와 저작권 검증에 구멍이 생긴다. 이 위험을 납품 이후가 아니라 제작 단계부터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계약서에 나타났다.

7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게임 프로젝트의 음악 외주계약에 '생성형 AI를 쓸 경우 발주사와 미리 협의하도록 하는 조건'이 반영됐다. AI로 만든 결과물에 저작권 문제가 생기면 외주사가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AI를 쓰지 않는 것은 게임음악 업계에서 '불문율'로 통했지만 계약조건에 명시된 사례는 드물다.

기존 계약은 납품된 음악이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은 순수 창작물'임을 외주사가 보증하는 형태였다. 어떤 도구로 만들었는지보다 결과물에 문제가 없는지를 따지는 구조다. 새 조건은 관리 시점을 결과물에서 제작 과정으로 앞당겼다. 알리지 않으면 최종 음원만으로는 AI 사용 여부를 가려내기 어려워서다. 게임사가 AI 사용 사실을 미리 알면 그 결과물을 받을지, 사람이 다시 만들게 할지, 권리 검증을 더할지 판단할 수 있다.

글로벌 유통 플랫폼 스팀의 정책이 이러한 변화를 압박한다. 스팀은 개발 과정에서 AI 도구로 만든 아트·코드·음향을 '사전 생성 AI 콘텐츠'로 분류하고, 개발사가 그 사용 내용을 설명하도록 한다. 스팀에 제출한 답변은 출시 전 게임 빌드와 대조된다. 외주 작곡가가 AI 사용을 알리지 않으면 게임사는 제작 방식을 모른 채 플랫폼에 AI사용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 셈이다. 출시 직전 문제가 드러나면 음악 교체와 재검수로 일정이 밀린다. 출시 후에 확인되면 손실은 더 커진다. 저작권 분쟁으로 번져 판매 중단까지 갈 수 있다.

아직 업계 표준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게임사 두 곳 모두 음악 외주계약에 AI 금지나 사전고지 조항을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AI 결과물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은 외주사와 공유하고 있었다. A게임사 관계자는 "외주사가 AI를 쓴다면 굳이 외주를 맡길 이유가 없다. 우리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외주를 주는 건 특정 작곡가의 색깔과 프로젝트에 맞춘 수정 능력이 필요해서"라고 말했다.

불문율이 계약으로 옮겨가면 작곡가가 제출해야 할 것들이 달라진다. 음악 파일뿐 아니라 어떤 AI 도구를 어느 단계에서 썼는지, 결과물에 얼마나 반영했는지, 작업기록과 원본을 보관했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책임 범위도 쟁점이다. 학습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AI 서비스에서 비롯된 문제까지 개인 작곡가가 떠안는다면 협상력이 약한 창작자는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을 지게 된다.

외주계약에 새로 생긴 조건이 게임사가 'AI를 금지했다'는 뜻은 아니다. 외주 작곡가의 작업 방식이 플랫폼(스팀 등) 신고와 출시 일정까지 흔들면서, 게임사가 AI를 따로 추적하고 관리해야 할 권리 위험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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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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