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1등 작곡가'가 아니라 '신인 사다리'를 지웠다

AI는 '1등 작곡가'가 아니라 '신인 사다리'를 지웠다

김평화 기자
2026.09.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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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 게임의 '소리' 두드리는 AI] ③
글로벌 음원시장 하루 평균 약 9만곡 등록…재생 비중은 1~3%
AI 생성 음악, 절반 수준…1일 신규 업로드 중 50% 초과하기도

[편집자주]  발소리와 괴물 울음, OST 등 게임내 소리에도 생성형 AI가 파고든다. 효과음에는 AI 제작도구가 이미 활용중이다. 반면 세계관과 플레이 흐름을 설계하는 음악 OST 적용에는 매우 신중하다. AI가 게임 사운드의 어느 영역까지 들어왔는지, 비용 절감의 이익과 저작권·출시 위험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짚어본다.
AI가 가른 게임음악 발주시장/그래픽=김지영
AI가 가른 게임음악 발주시장/그래픽=김지영

생성형 AI가 게임음악 시장을 한꺼번에 대체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작고 범용적인 일감들은 이미 흔들린다. 대형 지식재산권(IP) 프로젝트는 AI에 여전히 보수적이나 중소·인디 게임과 단순 배경음악에서는 AI로 단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20여년간 게임·드라마·애니메이션 음악을 만들어온 진명용 제이엘뮤즈 음악감독은 7일 "메이저 IP나 대형 프로젝트는 단가와 발주 방식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인디 프로젝트에서는 문의가 일부 줄었다. 개발사가 AI로 음악을 먼저 만들어 보고 부족한 부분만 보완해달라고 요청하는 의뢰도 생겼다. 진 감독은 "품질과 브랜드 독창성이 중요한 음악은 정교한 창작을 요구해 오히려 중요성이 커지는 느낌"이라며 "단순 소비형 BGM에서는 AI 대체나 단가 하락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작곡가가 콘셉트부터 작곡·편곡·믹싱까지 한 곡을 통째로 맡았다. 최근엔 발주사가 AI로 시안을 먼저 만들고 작곡가는 편곡과 수정, 음질 보완 등 후반작업만 맡는다. '한 곡 제작'이 AI 초안과 사람의 교정으로 쪼개진 것이다. 보수를 매기기도 어려워진다. AI가 만든 멜로디를 사람이 대폭 고쳤다면 새 작곡인지 편곡인지 경계가 흐릿하다. 저작권을 누가 얼마나 갖는지도 애매하다.

이름난 음악가보다 시장에 처음 들어오려는 작곡가가 먼저 타격을 입는다. 작은 프로젝트와 범용 BGM이 줄면 신진 작곡가가 포트폴리오를 쌓아 대형 프로젝트로 넘어가는 통로도 좁아지기 때문이다. AI가 정상급 작곡가를 대체하기보다 시장 아래쪽의 성장 사다리를 걷어내는 형국이다.

게임 음악은 정해진 순서로 재생되는 일반 음원과 달리 이용자의 선택과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 전투와 이동, 대화, 장면 전환에 맞춰 반복 구간과 흐름을 설계하고 개발 내내 수차례 고쳐야 한다. 진 감독은 "게임사가 사는 것은 음악 파일 한 개가 아니다. 프로젝트의 목적을 해석하고 계속 소통하며 문제를 풀어낼 파트너의 능력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듯한 한 곡을 만드는 일과 게임 안에서 음악이 작동하게 설계하는 일은 다르다는 얘기다.

글로벌 음원시장에는 AI 음악 공급이 폭증한다. 프랑스 음원 플랫폼 디저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약 9만곡이 등록되는데 올해 6월중에 AI 생성 음악이 신규 업로드의 50%를 넘어선 날도 있었다. 다만 9만여 곡 중 실제 재생 비중은 1~3%에 그친다. 만들기는 쉬워졌지만 이용자가 고르는 음악이 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뜻이다.

진 감독은 AI가 완성품을 대신 만드는 기계가 아닌 아이디어와 참고자료를 빠르게 내놓는 도구라고 본다. 음악가는 AI가 뱉어낸 결과물 중 프로젝트에 맞는 요소를 골라 기존 제작 시스템에서 다시 짜맞추는 역할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의 경쟁은 AI가 아니라 AI라는 비서를 잘 쓰는 다른 창작자와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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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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