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국유 금융에서 AI·반도체 하드웨어로

지난 8월 13일 중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바뀌었다. 1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켜온 텐센트를 밀어낸 것은 상장 17일째인 D램 업체 CXMT(창신메모리)였다. 블룸버그는 8월 17일 CXMT 시가총액이 5240억 달러를 터치하며 텐센트(당시 5100억 달러)를 제치고 중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증시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중국 당국과 국유 자본의 시장 안정화 자금이 대형 우량주 중심의 CSI300 지수를 방어하는 데 집중됐다면, 최근 흐름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기술주 시장인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기술혁신판(스타마켓, 커촹반)과 대표지수 스타50(STAR50)으로 자금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스타마켓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중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19년에 출범시킨 기술·창업주 전용 주식시장이다.
얼핏 보면 중국 자본시장에서 국가의 존재감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지난 7월 30일 공개한 '중국 국유 대 민영기업 트래커'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 중국 시가총액 상위 100대 상장사 가운데 민간기업(NPE·국가지분 10% 미만) 비중은 41%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트래커의 다른 항목은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국가지분이 10~50%인 혼합소유제기업(MOE)의 시총 비중은 최근 5년간 12~15%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다 올해 6월 말 20% 가까이로 뛰었다. 상위 100대에 든 MOE 25곳 중 10곳이 첨단제조 기업이다. 2025년 말에는 3곳이었다.
겉으로는 민간 하드테크 기업의 부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국가자본의 재배치가 있다. 7월 중순 하드테크 랠리에 균열이 생기자 중국 국유자본은 반도체·AI 기업 주식과 이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는 쪽으로 자금을 재배치했다. 소유 구조는 민간 쪽으로 이동하지만, 자금 배분의 경로는 여전히 국가가 설계한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스타마켓을 중심으로 중국 자본시장에서 벌어지는 중국 정부의 개입 방식 변화를 추적하고 분석했다.
PIIE 트래커 분석을 보면 업종 구성에서 더 큰 변화가 포착됐다.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첨단제조업체는 37곳으로 3분의 1을 넘었고, 이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27.5%에 달했다. 2025년 말만 해도 첨단제조 기업은 10곳, 시총 비중은 10% 미만이었다. 반년 만에 첨단제조 기업 수가 10곳에서 37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상위 100대 명단에 진입한 기업만 27개나 됐다. 이 중 26곳은 반도체·부품·소재·장비, 첨단전자, 광통신, AI 인프라 관련 상류 공급업체였다. 반도체 설계업체 자오이촹신(기가디바이스·시총 26위), 정밀부품업체 쑤저우 둥산정밀(34위), 반도체 장비업체 중웨이반도체설비(AMEC·36위), 전자회로 소재업체 SYTECH(37위)가 대표적이다. 반면 중국알루미늄(찰코), 중국중차(CRRC), 중국건축, 차이나유니콤, 광다은행, 지리자동차, 하이얼, 싼이중공업 등 기존 대형 기업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PIIE는 신규 진입 27곳 가운데 25곳이 설립 15년 이상 된 기업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번에 부상한 기업들이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개혁개방 이후 성장한 성숙 산업기업들이 반도체와 첨단제조 사이클을 타고 재평가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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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난 기업은 변화의 방향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중국알루미늄, 중국중차, 중국건축, 차이나유니콤, 광다은행 같은 전통 국유 대기업뿐 아니라 지리자동차, 하이얼, 싼이중공업 같은 민영 제조기업도 100위권 밖으로 밀렸다. 후퇴한 것은 국유기업 자체라기보다 구경제 전반이다. 반대로 올라온 것은 반도체 장비, 소재, 광통신, AI 인프라처럼 중국이 기술 자립의 핵심으로 보는 산업이다.
변화의 상징적 무대는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기술혁신판, 이른바 커촹반이다. 상장 심사, 정책자금, 지수 편입, ETF 매입이 결합되면서 전략산업 자금조달 경로가 자본시장 중심으로 재설계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 명단은 6월 30일 기준이다. 월 27일 상장한 CXMT, 즉 창신메모리와 8월 19일 상장한 유니트리는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두 기업이 연말 트래커에 반영되면 첨단제조와 하드테크의 비중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7~8월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글로벌 AI 반도체 매도세가 번진 7월 17일 CSI300은 3.6% 하락했고, CSI 인공지능지수와 커촹반 대표 지수인 STAR50은 더 큰 낙폭을 보였다.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하드테크 랠리에 균열이 생기자 국유자본이 움직였다.
7월 19일 저녁 중국의 양대 중앙 국유자산 운용 플랫폼인 중국청퉁(중국성통·China Chengtong)과 중국궈신(중국국신·China Reform Holdings)이 동시에 주식 자산 보유 확대를 공시했다. 중국청퉁은 자회사 청퉁캐피털, 청양투자와 함께 국유기업 주식 보유를 늘려 누적 매입 규모가 100억위안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국궈신도 자회사 궈신투자가 시장 안정 유지를 위해 500억위안 이상의 특별 재대출 자금과 자체 자금을 활용해 주식 매입과 지분 확대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합산 규모는 600억위안, 약 89억달러다.

차이신은 중국국신과 중국성통이 합산 600억위안 이상을 투입했으며, 중국국신의 지분 확대는 주로 중앙정부 소유 국유기업 주식의 직접 매입을 통해 이뤄졌고 중국성통이 보유한 기관 투자용 ETF에도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성통 측은 "앞으로도 자사주 매입, 재매입, 재대출 등을 통해 국유기업 및 기술기업 주식과 ETF 보유를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개장 전에는 중국석탄에너지와 중국중차, 중국알루미늄, 국전난루이, 중국선화에너지 등 5개 중앙기업 계열 상장사가 잇달아 지분 확대와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계획을 내놨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튿날인 20일 CSI300은 1.5%, 홍콩 항셍지수는 2.4% 올랐다. 같은 날 일본 닛케이225와 한국 코스피가 각각 4% 이상 하락한 것과 대비됐다. BNP파리바의 웨이 리 중국 멀티에셋 투자책임자는 FT에 "정부는 안정을 원하며 급격한 등락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저가 매수나 일회성 시장 안정 조치라기보다 중국 A주 랠리의 출발점으로 보는 해석이 많다. 2025년 4월 이후 약 15개월 만에 두 플랫폼이 공동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두 플랫폼을 중국 증시의 이른바 '국가대표팀'이라고 부르며, 그동안 시장 급락 구간에서 주로 대형주와 대표지수 ETF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개입해 온 패턴에서 벗어나 기술기업과 기술주 ETF를 매입 대상에 포함시킨 점을 짚었다.
시장에서는 국가자금이 기존에 선호하던 CSI300 ETF보다 STAR50 추종 ETF를 우선 지원하는 듯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블룸버그는 8월 20일 보도에서 7월 국영 펀드들이 통상 선호하던 CSI300 추종 ETF보다 STAR50 추종 ETF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하는 모습이 관측됐다고 전했다. 이는 베이징이 기술주 중심 지수의 안정성을 중요하게 본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 변화는 중국 자본시장의 방어 대상이 대형 금융주와 소비주 중심의 전통 우량주에서 반도체, AI, 로봇 등 전략산업 ETF로 확장되고 있음을 뜻한다. 국가는 단순히 지수를 떠받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정책의 우선순위를 증시 안에서 재배치하고 있다. CSI300이 중국 경제의 전통적 총량을 대표했다면, STAR50은 중국이 앞으로 키우고 싶은 산업의 방향을 의미하는 셈이다.
스타50 편입 기업의 86%가 정보기술 기업이다.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9개가 반도체 기업이며, 현재 1위는 반도체 장비업체 중웨이반도체설비(AMEC)다.

정부와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만큼 스타50 수익률은 CSI300을 크게 넘어선 상태다. 블룸버그는 STAR50이 연초 이후 CSI300을 약 30%포인트 앞섰다고 전했다. FT도 8월 중순 기준 STAR50 수익률을 29%로, CSI300을 0.9%, 홍콩 항셍지수를 -1.5%로 집계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주요 구성종목인 항셍테크지수는 연초 이후 15% 가까이 하락했다.
스타50을 추종하는 ETF의 순자산은 130억달러를 넘어 중국 증시에서 두 번째로 큰 주식형 ETF로 자리 잡았다. 다만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다. 스타50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57배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CSI300의 14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22배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고평가 논란이 뒤따르지만 투자자들이 스타50을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지수가 중국 내 AI 하드웨어와 기술 자립의 압축판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스타50을 "중국 내 AI 하드웨어 기술의 대리 지표"라고 규정했다. 블룸버그도 중국 증시 벤치마크 간 격차 확대가 AI 붐을 뒷받침하는 인프라 기업에 투자자들이 보상을 제공하는 글로벌 추세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신중론도 있다. 항저우 시옌 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인 시쥔보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스타50 기업들이 여전히 일부 글로벌 기술 선도기업이 누리는 혁신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AI 관련 담론이 약화되면 기업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밸류에이션이 실적만이 아니라 정책 기대와 AI 서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니온방케르프리베(UBP)의 베이선 링 매니징디렉터도 블룸버그에 CSI300이 여전히 더 분산된 벤치마크이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 하면 떠올리는 지수라고 말했다.
결국 지금 중국 증시에서 벌어지는 일은 'CSI300의 종말'이라기보다 'STAR50의 부상'에 가깝다. CSI300은 여전히 중국 주식 전체를 대표하는 표준 벤치마크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 AI 하드웨어 공급망, 기술 자립, 차세대 IPO라는 관점에서 STAR50은 더 민감하고 선행적인 지표가 되고 있다.
STAR50 부상의 또 다른 배경에는 중국의 IPO 파이프라인이 있다. 중국 당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추고 심사를 빠르게 처리해왔다. 반도체, AI, 로봇,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들이 커촹반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스타마켓의 위상도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CXMT를 꼽을 수 있다. CXMT는 서버, 카메라, 스마트폰,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에 쓰이는 D램 칩을 생산하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에 이어 세계 4위권 업체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생산능력과 출하량, 매출 기준 중국 1위, 세계 4위다. 증권신고서 기준 2025년 글로벌 D램 점유율은 7.67%, 올해 1분기 매출은 508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0% 이상 늘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기술정책 전문가 카일 챈은 CXMT가 특히 미국의 수출 통제에 직면한 중국의 AI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IPO 조달 규모부터 기록적이었다. CXMT는 주당 8.66위안에 66억8800만주를 발행해 579억2000만위안, 약 86억달러를 조달했다. 초과배정 옵션이 전량 행사되면 조달액은 666억위안, 약 98억달러로 늘어난다. 2010년 중국농업은행의 상하이·홍콩 동시 상장(221억달러) 이후 본토 최대 규모이자 커촹반 사상 최대 조달이다.
상장 첫날인 7월 27일, CXMT는 공모가 8.66위안 대비 465.82% 오른 49.00위안에 마감했다. 장중 시가총액은 3조6600억위안까지 치솟았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3조310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공상은행(약 2조6000억위안)을 제치고 본토 상장사 가운데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이 됐다. 이날 거래대금은 약 1400억위안으로 A주 사상 처음 단일 종목 하루 거래대금 1000억위안을 넘었다.
로봇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유니트리는 8월 19일 상장 첫날 공모가 150.80위안 대비 460.34% 오른 845위안에 마감했다.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629.44% 급등한 1100위안으로, 장중 시가총액은 4449억위안까지 올랐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418억위안, 조달 총액은 60억9900만위안, 약 9억달러였다. 신규 발행 물량은 전체 주식의 10%인 4044만6000주다. 개인 투자자 청약 경쟁률은 5500배를 넘었고, 온라인 청약에 몰린 계좌는 978만개로 CXMT를 웃돌아 커촹반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최종 당첨률 0.0181%도 커촹반 사상 최저였다.

전략배정 명단도 상징적이다. 신규 발행 물량의 20%가 딥시크를 비롯한 전략 투자자 9곳에 배정됐다. 텐센트 계열 투자사와 전국사회보장기금, 중국석유 계열 쿤룬캐피털, 중국텔레콤 계열 톈이캐피털, CITIC증권투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가자본과 민영 AI 기업이 같은 배정 명단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식 산업정책이 직접 보조금만이 아니라 IPO와 전략배정, 지수 편입, ETF 자금 유입을 통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CXMT는 연내 STAR50 편입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유니트리도 CSI300보다 최소 1년 빠르게 STAR50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CSI300은 커촹반 종목의 상장 1년 경과를 요구하지만, STAR50은 신흥 기술기업을 더 빠르게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IPO, 지수 편입 기대, ETF 자금 유입,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는 자본시장형 산업정책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 변화가 정교한 산업정책의 결과인지, 과열된 거품인지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겉으로 보면 민간기업 비중 상승과 국유자본의 기술주 ETF 매입은 상반된 현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모순이라기보다 중국식 산업정책의 변화로 볼 수 있다. 국가는 직접 소유 중심에서 자본시장 인프라를 활용한 자금배분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 소유는 민간화되지만, 어떤 산업으로 자금이 흘러갈지는 국가가 지수와 ETF, 상장 심사, 정책자금을 통해 유도한다.
PIIE는 이를 전략산업의 기술 발전을 자극하기 위해 국가자본을 지렛대로 쓰는 베이징의 산업정책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국가는 물러난 것이 아니라 은행과 에너지에서 반도체와 AI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심화, 내수 부진,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복합적 위기에 대응해 2024년부터 '신질생산력' 전략을 국가 핵심 발전전략으로 제시해왔다. 특히 첨단기술 산업은 기초 연구에서 상용화까지 장기간의 투자를 요하는 구조로, '신질생산력'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 체계로서 장기적이고 위험감수적인 자본, 즉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즉 여기 투입되는 돈은 단순한 민간 모험자본이 아니라 국가 과학기술 전략을 수행하는 장기위험자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과학기술 금융을 통해 자본이 초기 단계 기업, 소기업, 장기 프로젝트, 하드테크 분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시 주석은 1월 30일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정치국 제24차 집단학습 연설에서도 "과학기술 금융을 대대적으로 발전시키고 미래산업의 전 생애주기 자금 수요에 맞는 금융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장기 자본이 초기 단계, 소기업, 장기 프로젝트, 하드테크 분야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른바 '인내자본' 확대 기조를 재확인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거품 위험도 분명하다. STAR50의 높은 PER은 이미 상당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AI 투자 사이클이 둔화하거나 반도체 국산화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높은 밸류에이션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특히 STAR50의 상위 종목이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상승장에서는 강점이지만, 조정장에서는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CXMT를 두고도 평가가 갈린다. 노무라는 목표주가를 116위안으로 제시한 반면 모닝스타는 적정가치를 14.90위안으로 봤다. 같은 종목을 놓고 8배 가까운 격차다.
균열은 이미 나타났다. 유니트리 주가는 상장 이튿날인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해 26일 591.53위안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600위안을 처음 밑돌았고 시가총액은 2393억위안으로 줄었다. 상장 첫날 장중 고점(1100위안) 대비 46.2% 낮은 수준이다. PIIE도 이번 밸류에이션이 결국 '한때의 반짝'으로 판명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국 기업에 주는 신호도 작지 않다. CXMT가 A주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사건은 단순한 주가 급등이 아니라 D램 경쟁 구도의 자본시장 버전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대하는 것은 CXMT 한 곳이 아니라, 커촹반이라는 대규모 조달 파이프라인 전체일 수 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8.7%, 3.4% 하락 마감한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6.08.24. since1999@newsis.com /사진=박영태](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8/2026082610595515106_9.jpg)
시차도 짧았다. CXMT 상장 직후 미국과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가가 출렁였고, 코스피는 7월 한 달 33% 급락했다. 7월 28일 하루에만 10.84% 내려 장중 6000선을 내줬다. 중국의 메모리 자립 속도가 외국인 매도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 직접적인 질문은 CXMT가 당장 HBM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가 아니다. 보다 현실적인 쟁점은 범용 D램과 중저가 메모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낮은 자본비용과 대규모 정책자금을 바탕으로 증설 속도를 높일 수 있느냐다. CXMT의 상장은 기술 경쟁이 자본조달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하드테크 기업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연구개발, 설비투자, 인재 확보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기업까지 함께 자본시장 프리미엄을 받는다면 중국의 국산 공급망 구축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하반기 관전 포인트는 네 가지다. 첫째, CXMT의 STAR50 편입 여부다. 둘째, 국유자본의 기술주 ETF 매입이 지속되는지다. 셋째, 유니트리에 이어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YMTC 등 로봇·AI·반도체 장비 기업의 후속 상장 흐름이다. 넷째, 하드테크 랠리의 조정이 일시적 숨고르기인지, 거품 균열의 시작인지 여부다.
중국 증시의 변화는 단순한 기술주 랠리가 아니다. 민간 하드테크 기업이 상위 시총 명단을 채우고, 국유자본은 이들을 담은 지수와 ETF를 방어하며, 거래소는 전략기업의 상장을 앞당긴다. 소유 구조만 보면 국가는 뒤로 물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자금이 흐르는 통로를 보면 국가는 더 정교하게 개입하고 있다. 중국의 다음 산업정책은 보조금 명세서가 아니라 지수 구성표와 ETF 자금 흐름에서 먼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