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다음 글로벌 경제위기는 중국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과잉생산과 수출을 기반으로 한 중국 경제 성장모델이 새로운 글로벌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최근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다음 글로벌 경제위기는 중국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The Next Global Economic Crisis Could Be Made in China)'에서 "중국의 과잉생산과 수출 확대가 단순한 무역갈등을 넘어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중국산 상품을 해외시장이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는 순간 성장모델이 흔들리고 글로벌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로먼 회장은 중국이 지난 20여 년간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수출 중심 성장전략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2025년 약 1조 2000억달러로 전년 대비 20% 증가해 세계 상품무역 증가율의 약 3배에 달했다. 이는 중국의 생산과 고용을 뒷받침했을 뿐 아니라 세계 소비자에게 값싼 상품을 공급해 물가를 낮추는 효과도 가져왔다.
그러나 수출 중심의 중국 성장모델은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봤다. 과거에는 중국 경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이제는 세계 산업생산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가 거대해진 상황에서 수출이 계속 빠르게 늘면 중국산 제품을 흡수할 해외시장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프로먼 회장은 이런 문제가 중국 제조업의 지나친 팽창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침체 이후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차·배터리·태양광·반도체 등에 막대한 자금과 정책 지원을 집중했다. 특히 국유은행의 자금 공급은 적자기업조차 생산설비를 계속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생산은 급증했지만 국내 소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잉여 제품을 해외시장으로 밀어내는 구조가 심화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간 극단적인 가격경쟁도 확산됐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제품을 팔고, 손실을 보면서도 생산을 이어가는 이른바 '네이쥐안(内卷·내권)' 현상이다. 지방정부는 고용과 세수를 지키기 위해 적자기업의 퇴출을 막고, 국유은행은 부실기업의 대출 만기를 연장하며 생존을 도왔다. 결국 중국 제조업은 생산을 줄이기도 어렵고, 수요의 한계 때문에 계속 확대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이 프로먼 회장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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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의 과잉생산 문제는 태양광과 전기차 산업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중국의 태양광 설비 생산능력은 연간 약 1200기가와트로 전 세계 연간 설치량의 두 배에 육박한다. 전기차 부문의 불균형은 더욱 크다. 중국은 연간 약 2500만 대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능력을 갖췄지만 국내 수요는 1200만 대 수준에 그친다. 내연기관차까지 포함한 전체 자동차 생산능력은 약 5500만 대로,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약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러한 생산능력이 국내외 수요보다 빠르게 확대될 경우 늘어난 물량을 흡수할 소비시장과 수출처를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 정부가 성장전략 전환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가 오랫동안 소비보다 생산과 투자를 우선해 왔고, 이는 제조업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는 시진핑 지도부의 판단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인공지능·전기차·전자제품 등 첨단산업에서 미국과 경쟁하면서도 섬유·의류·생활용품 등 저부가가치 산업에서는 개발도상국들과 경쟁하고 있다.
중국이 이러한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지방정부의 재정·행정 시스템에 있다. 지방정부는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토지 매각 수입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지방은행과 융자기구를 통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왔다. 공장 건설과 생산 확대가 지방정부의 세수와 고용은 물론 관료들의 실적과도 연결돼 있어 기존의 성장방식을 스스로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프로먼 회장은 과잉생산에 의존한 중국의 수출 확대가 한계에 부딪힐 경우 충격이 먼저 중국 내부에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 확대에 집중해온 적자기업들이 대거 부실화되고, 이들에게 자금을 공급해온 국유은행들도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금융기관의 부실과 부도 위험도 커지고, 토지 매각과 산업활동 위축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수입까지 감소하면서 금융·재정 불안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의 위기 대응 여력도 과거보다 제한적이다. 과거에는 빠른 도시화와 생산가능인구 증가를 바탕으로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를 확대해 경기를 부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고 전체 인구도 2022년부터 줄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에 빠진 데다 고속철도와 도로 등 인프라 역시 이미 상당 수준 축적돼 있어 경기부양 효과도 과거보다 미약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침체될 경우 충격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투자와 생산이 둔화하면 원유·철광석·구리 등 주요 원자재 수요가 줄고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진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호주와 아프리카·중남미의 자원 수출국들은 수출 감소와 교역조건 악화로 연쇄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개발도상국의 부채 문제도 악화할 수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 등을 통해 다수의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해온 주요 채권국이다. 중국이 국내 위기 대응을 위해 해외대출과 투자를 축소할 경우 중국 자금에 의존해온 국가들의 채무재조정 압력이 커지고, 일부 국가에서는 채무불이행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프로먼 회장은 중국 경제의 '점진적 재균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중국경제의 생산과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소비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제조업 보조금을 축소하고 위안화 가치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호적제도를 개혁해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이동성을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함으로써 가계가 저축보다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재균형을 위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봤다. 과거 플라자합의처럼 중국이 위안화 가치와 보조금, 수출 확대 문제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주요 교역국도 중국의 변화 속도에 맞춰 무역장벽을 조절하는 글로벌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발 충격이 현실화한 뒤 대응하기보다 성장모델을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위기를 막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프로먼 회장은 "더 많은 제품을 세계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유지해 온 중국의 경제모델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며 "생산·수출 중심의 중국 경제를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는 중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