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메모리가 보여준 '허페이 모델'…바뀌는 中 도시 개발 공식

창신메모리가 보여준 '허페이 모델'…바뀌는 中 도시 개발 공식

왕양 기자, 안재용 기자
2026.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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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中 반도체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창신메모리 상장 기념 타종식 현장/사진=허페이산업투자
창신메모리 상장 기념 타종식 현장/사진=허페이산업투자

중국 최대 D램 생산기업 창신메모리가 지난달 27일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과학기술 기업 전용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은 약 3조2800억위안(약 658조원)에 달했다. 공상은행(ICBC)을 제치고 중국 본토 A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창신메모리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중국의 도시개발 모델도 바뀌고 있다. 세제 혜택 등 전통적인 방식에 더해 지방정부가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실제로 창신메모리의 상장은 중국 안후이성의 성도 허페이의 투자에도 큰 성과를 안겼다. 허페이 국유자본인 허페이산업투자는 2016년 창신메모리 1기 프로젝트에 투입된 약 3조6300억원 가운데 약 2조900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IPO 직전 기준 허페이 국유자본 계열의 지분율은 약 36.79%에 달했다. 신규 주식 발행으로 상장 후 지분율은 약 33.11%로 낮아졌다. 창신메모리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환산한 지분 가치는 약 218조원에 이른다. 창신메모리의 상장은 허페이가 10년간 감수한 대규모 장기 투자가 기업 성장과 투자 수익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허페이 모델'이 다른 점은 무엇?

중국 지방정부가 산업을 육성하는 방식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지방정부는 토지를 제공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기업을 유치했다. 허페이는 여기에 직접 투자를 더했다. 지방정부와 국유자본이 전략산업의 핵심 기업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기업이 성장하면 지분 가치 상승을 통해 투자 이익을 얻는 구조다.

이 방식은 단기적인 세수 확보보다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산업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초기 단계에서 민간자본만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다.

허페이는 국유자본을 이 공백을 메우는 장기 자본으로 활용했다. 이른바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이다. 이런 방식은 최근 '지분재정'이라는 개념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 토지 판매와 부동산 개발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토지재정'과 달리 산업에 투자해 기업 지분과 산업 자산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 둔화로 토지 관련 재정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관심을 받고 있다. 허페이의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다. 창신메모리의 성공은 단순한 투자 수익을 넘어 지방정부가 산업을 직접 육성하는 방식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허페이는 왜 10년 전 창신메모리에 과감하게 투자했나

허페이가 창신메모리에 투자한 것은 단순히 높은 수익을 기대했기 때문은 아니다. 당시 중국이 안고 있던 산업적 공백이 투자 판단의 중요한 배경이었다.

2016년 글로벌 D램 시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소수 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중국의 D램 자체 생산능력은 사실상 전무했다. 반도체는 막대한 자본과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투자 이후에도 수년간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일반적인 지방정부라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하지만 허페이는 이미 대형 산업 프로젝트를 통해 위험을 감수하는 경험을 쌓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징둥팡(BOE)다. 허페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대규모 디스플레이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BOE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2020년에는 자금난을 겪던 전기차 기업 니오(NIO)에도 투자했다. 허페이는 단순히 기업 하나를 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지역에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창신메모리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허페이는 특정 기업의 단기적인 실적보다 지역에 부족했던 핵심 산업을 확보하는 데 투자했다. 즉, 이미 성공 가능성이 확인된 기업에 투자한 것이 아니다. 산업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초기 단계부터 자본을 투입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투자 방식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허페이의 제도적 장치도 있었다. 허페이는 2014년 산업정책과 펀드 관리 체계를 정비하면서 '적극적으로 직무를 수행한 경우 책임을 묻지 않고, 투자 실패를 일정 부분 용인한다'는 취지의 '진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면 책임을 면제하는 제도'를 비교적 일찍 도입했다. 정부 투자 펀드와 엔젤 펀드 등에 일정 수준의 손실 허용 범위를 설정해 투자 담당자들이 초기·고위험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는 단순히 '실패해도 괜찮다'는 의미가 아니다. 투자 실패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장기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에 가깝다. 창신메모리와 같은 반도체 사업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라인을 구축한 뒤 수율을 높이는 데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창신메모리는 설립 이후 오랜 기간 적자를 기록했다. 2025년 말까지 누적 적자는 약 7조3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허페이 국유자본 계열은 후속 투자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했다. 장기간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기업이 기술력을 확보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할 시간을 제공한 셈이다. 허페이의 특징은 한 번의 '베팅'에 있지 않다. 장기간 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허페이 국유자본인 허페이산업투자지주그룹/사진=허페이산업투자
허페이 국유자본인 허페이산업투자지주그룹/사진=허페이산업투자
창신메모리가 허페이에 가져온 것은 투자 수익만이 아니다

창신메모리의 성장은 허페이의 반도체 산업 자체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허페이에는 집적회로 관련 기업이 500개 이상 모여있다. 관련 산업 종사자도 3만명을 넘어섰다. 허페이 집적회로 산업 생산액도 크게 늘었다. 2016년 3조6300억원 미만이었던 생산액은 2025년 약 30조5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산업 생태계도 확대됐다. 창신메모리의 성장을 계기로 메모리 설계와 전자설계자동화(EDA), 소재, 장비, 부품, 모듈 등 관련 산업 생태계도 확대됐다. 허페이는 창신메모리뿐 아니라 BOE와 NIO 등 전략산업의 핵심 기업을 육성하거나 유치했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자동차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 투자는 기업의 성장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기업이 성장하면 생산시설과 협력 업체가 늘어난다. 일자리도 증가한다. 엔지니어와 연구인력 등 인재가 유입된다.

인구가 늘면 소비와 서비스 산업도 확대된다. 기업 활동이 증가하면서 세수도 늘어난다. 지방정부는 다시 새로운 산업에 투자할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산업 투자에서 시작된 자본이 기업 성장과 산업 생태계를 거쳐 도시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허페이가 산업 투자를 단순한 금융투자로 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허페이 모델'은 다른 도시에서도 통할까

허페이의 방식이 중국 지방정부의 새로운 표준이 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중국의 다른 도시들도 국유자본과 산업펀드를 활용해 미래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다만 투자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선전은 민간자본과 벤처투자를 중심으로 한 시장 주도형 모델에 가깝다. 쑤저우는 산업펀드를 활용해 제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는 방식이 강하다. 허페이는 지방 국유자본이 전략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차이는 투자 규모만이 아니다. 어떤 산업에 투자할지 결정하고, 기업이 성장할 때까지 장기간 자금을 공급하며, 투자 이후 산업 생태계까지 구축한다는 점에서 허페이의 방식은 도시 단위 산업정책에 가깝다. 물론 모든 도시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위험 산업에 투자하는 만큼 실패 가능성도 크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산업은 대규모 자본과 기술인력, 공급망이 동시에 필요하다.

중국 지방정부의 성장 공식도 변하고 있다. 부동산과 토지 판매에 의존했던 '토지재정'에서 산업 투자와 기업 지분을 활용하는 '지분재정'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AI와 반도체, 신에너지 등 미래산업을 둘러싼 지방정부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창신메모리의 성공이 곧 '허페이 모델'의 완전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을 유치하는 도시에서 기업과 산업을 직접 키우는 도시로 지방정부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점은 보여준다.

허페이산업투자는 창신메모리 상장 당일 발표한 공식 입장문에서 "2016년 창신메모리에 투자한 이후 10년간 '장기주의'와 '인내자본'의 원칙 아래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산업 사이클을 함께 견뎌왔다"며 "앞으로도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창신메모리의 성장을 지원하고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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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왕양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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