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대통령 부부 암살 위협 혐의로 기소된 부통령, 탄핵 위기도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부부를 암살하겠다고 위협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필리핀의 두 유력 정치 가문 간의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필리핀 PNA통신은 4일(현지시간) 필리핀 검찰이 두테르테 부통령을 세 건의 '중대 위협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2024년 11월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내가 살해당하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리자 아라네타(영부인) 그리고 마틴 로무알데스(당시 하원의장이자 마르코스 대통령의 사촌)를 죽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의 발언이 대통령 일가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보고 기소를 결정했다.
같은 날 필리핀 법원은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다음 날 36만필리핀페소(약 773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보석금을 내고 나온 그는 "오히려 내가 2023년부터 그들의 위협과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측 폴 로런스 변호인은 "두테르테 부통령은 법을 회피할 의도가 없으며 모든 법적 구제 수단을 계속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은 대통령 6년 단임제로 마르코스 대통령 연임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두테르테 부통령은 다음 대통령에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미 2028년 대선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법원이 유죄로 판결한다면 두테르테 부통령은 공직 피선거권을 영구 박탈당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두테르테 부통령의 정치적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그는 지난 7월부터 상원에서 탄핵 심판을 받고 있다. 암살 혐의 외에도 부통령과 교육부 장관을 지내면서 예산을 유용하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을 적용받는다. 상원의원 24명 중 1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면 두테르테 부통령은 법원 유죄 판결 때와 마찬가지로 평생 공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필리핀은 소수 유력 가문이 정권을 번갈아 장악하는 특징이 있다. 마르코스, 두테르테는 필리핀 정치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성씨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이다.
이에 두 사람이 러닝메이트로 함께 출마한 2022년 대선이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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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는 지난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국제사법재판소(ICC) 체포를 계기로 두 가문의 갈등이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ICC는 마르코스 대통령을 비롯, 필리핀 정부의 협조를 받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마닐라 공항에서 검거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으나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현재 ICC 구금센터에 구금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