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의 신기록, 쏠림의 지도…상위 0.1%·70세 이상·주식 보유자가 가져갔다

미국 부의 신기록, 쏠림의 지도…상위 0.1%·70세 이상·주식 보유자가 가져갔다

김하늬 기자
2026.10.1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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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 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디네 앙 블랑'(Diner en Blanc·하얀 만찬)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1988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흰색 드레스 코드의 이 행사는 매년 새로운 장소에서 열리며 뉴욕에서는 2011년에 처음 열렸다. 2026.10.02. /사진=민경찬
[뉴욕=AP/뉴시스] 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디네 앙 블랑'(Diner en Blanc·하얀 만찬)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1988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흰색 드레스 코드의 이 행사는 매년 새로운 장소에서 열리며 뉴욕에서는 2011년에 처음 열렸다. 2026.10.02. /사진=민경찬

미국 가계의 부가 다시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겉으로 보면 미국 전체가 더 부유해진 듯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최근 자산 증가의 과실은 고르게 퍼지지 않았다. 부는 더 위로, 더 고령층으로, 그리고 주식 보유자 쪽으로 쏠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9월 11일 발표한 분기별 금융통계(Z.1)에 따르면 2분기(4~6월) 미국 가계·비영리단체 순자산은 12조8000억달러 늘어난 195조90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연준이 같은 달 18일 내놓은 분배금융계정(DFA)은 이 돈이 누구에게 갔는지를 보여준다. 비영리단체를 뺀 가계 순자산은 한 분기 새 12조5300억달러 늘어 185조7000억달러가 됐다. 가계가 직·간접으로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10조7000억달러 늘어 순자산 증가분의 84%를 차지했다.

핵심은 '미국 가계의 부가 얼마나 늘었나'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그 주식을 누가 갖고 있었나'다. 이번 자산 랠리는 임금이나 저축 증가라기보다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의 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주식을 많이 가진 집단일수록 더 큰 몫을 가져갔다. 그 결과 미국 부자 지형은 세 방향으로 더 선명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상위층, 더 나이 든 사람, 그리고 주식을 많이 가진 사람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연준 DFA를 토대로 미국 부자 지형의 세 가지 변화를 짚어봤다.

① 미국 상위 0.1%의 독주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상위 0.1%의 독주다. DFA에 따르면 상위 0.1%(13만6779가구)의 순자산은 2분기에만 2조7300억달러 늘었다. 1989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증가폭으로, 종전 기록인 2020년 4분기(1조6000억달러)를 약 70% 웃돌았다. 가구당 평균 약 2000만달러가 석 달 새 불어난 셈이다.

[서울=뉴시스]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X는 호주가 16세 미만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의 집행을 강화하려는 제안에 반대하며, 이러한 변경은 호주 인터넷 규제 당국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국제법 원칙과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아웃룩 비즈니스'가 29일 로이터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2026.07.29. /사진=유세진
[서울=뉴시스]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X는 호주가 16세 미만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의 집행을 강화하려는 제안에 반대하며, 이러한 변경은 호주 인터넷 규제 당국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국제법 원칙과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아웃룩 비즈니스'가 29일 로이터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2026.07.29. /사진=유세진

같은 기간 하위 50%(6762만가구)의 가구당 증가액은 약 1850달러였다. 0.1%의 한 분기 증가액은 하위 50% 전체 순자산(4조2800억달러)의 64%에 이른다. 미국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는 지난달 15일 리포트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최상위 부유층과 하위 50% 계층 간의 부의 격차는 상당히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2024년 4분기 이후 상위 1%의 전체 부의 비중은 31%에서 31.6%로 증가한 반면, 하위 50%의 비중은 2.5%에 정체됐다. CAP 분석에 따르면 이 기간 상위 1%의 순자산은 가구당 평균 180만달러, 상위 0.1%는 960만달러 늘었지만 하위 50%는 약 1200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원동력은 주식이었다. 올 2분기 상위 0.1%의 순자산 증가분 가운데 93%(2조5500억달러)가 주식·펀드 평가이익이었다. 0.1%가 보유한 주식은 16조1500억달러로 미국 가계가 가진 전체 주식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상위층 내부에서도 격차는 더 벌어졌다. DFA 통계를 살펴보면 2019년 말 이후 바로 아래 0.9%(121만가구)의 주식 점유율은 29.9%에서 25.9%로 내려갔다. 반면 가장 꼭대기인 상위 0.1%의 주식 점유율은 22.1%에서 25.0%로 올랐다. 13만7000가구가 121만가구와 거의 같은 양의 주식을 갖게 된 셈이다.

반면 하위 90%(1억2168만가구)의 주식 점유율은 12.0%에 그쳤다. 상위 0.1%의 가구당 평균 순자산은 2억370만달러로 하위 50%(6만3270달러)의 약 3220배다. 물론 상위 0.1%가 누군가의 몫을 직접 빼앗았다는 뜻은 아니다. 자산가격 상승은 기존 보유 구조를 따라 배분된다. 문제는 그 구조 자체가 이미 극단적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DFA 기준 부 상위 10%는 전체 순자산의 약 69%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 랠리의 과실이 이들에게 더 크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② 주식 랠리의 최대 수혜자는 70세 이상이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2025.11.11. /사진=성시호 shsung@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2025.11.11. /사진=성시호 shsung@

미국 주식의 최대 주주는 이제 고령층이다. DFA의 연령별 통계에 따르면 70세 이상 가구(가구주 기준)가 보유한 주식·펀드는 2분기 말 26조1900억달러로 미국 가계 전체의 40.5%를 차지했다. 1989년 집계 이래 최고다. 70세 이상은 올 1분기 처음으로 55~69세(25조4300억달러)를 제치고 최대 보유층이 됐고, 2분기에 격차를 더 벌렸다. 70세 이상의 주식은 55세 미만 전체(13조200억달러)의 두 배 규모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 퇴직자산의 금융화, 장기 주식시장 상승이 결합된 결과다. 미국의 은퇴세대는 과거보다 훨씬 더 큰 주식 포트폴리오를 들고 노년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중으로 보면 부의 고령화가 뚜렷하다. 70세 이상의 순자산 비중은 33.6%로 1989년(18.9%)의 1.8배다. 55세 이상을 합치면 74.5%로 역시 사상 최고다. 경제활동의 중추인 40~54세의 비중은 19.0%로 사상 최저다. 2001년 3분기 정점(36.4%)의 절반 수준이다. 40세 미만은 6.5%로 1989년(12.0%)의 절반이다. 주식시장 랠리의 수혜도 고령층에 집중됐다. 2분기 순자산 증가분 12조5300억달러 가운데 70세 이상이 44.7%(5조6000억달러)를, 55세 이상이 82%를 가져갔다. 70세 이상의 주식 평가액은 한 분기에 19.1% 불었다.

젊은 층의 자산이 제자리였던 것은 아니다. 2019년 말 이후 40세 미만의 순자산은 2.24배로, 70세 이상(2.20배)과 비슷한 속도로 불었다. 그러나 출발점이 다르다. 같은 기간 70세 이상은 34조달러, 40세 미만은 6조7000억달러 늘었다.

자산 포트폴리오도 차이가 크다. 70세 이상은 자산의 40.6%가 주식, 21.0%가 부동산이다. 40세 미만은 부동산 34.9%, 주식 20.8%다. 총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70세 이상 3.5%, 40세 미만 31.4%다(연준 DFA 연령별 자료, 본지 계산).

비슷한 흐름은 소비에서도 확인된다.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이 투자계좌에서 현금을 빼 소비에 쓰고 있다. JP모건체이스연구소는 지난달 '점점 더 많은 미국 가구가 투자자산을 끌어 써 소비를 떠받친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투자계좌에서 순인출하는 사람의 비율이 2019년 이후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65세 이상이면서 소득 상위 10%인 사람 가운데 투자자산에서 순인출한 비율은 2019년 24.5%에서 2025년 37.3%로 높아졌고, 이들의 투자계좌 인출액은 지출의 14.9%에 해당했다.

주식 랠리는 단순한 금융시장 이벤트가 아니다. 고령 부유층의 소비 여력을 키우고, 이들의 소비가 다시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구조를 만든다. 반면 젊은 세대와 중하위층은 주식보다 근로소득과 부채에 더 많이 의존한다. 같은 주가 상승이 세대별로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는 "부유층은 경제적으로 매우 풍족하기 때문에 소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③ 주주가 된 부자: 이들은 누구인가

미국 초부자는 과거보다 훨씬 더 '주주'에 가까워졌다. 과거의 부자는 사업체 소유자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의 초부자는 주식·펀드 형태로 부를 보유한다. 창업자가 회사를 상장한 뒤 지분을 계속 보유하면, 그 자산은 개인사업체가 아니라 주식으로 잡힌다. 사업을 통해 축적된 부가 금융자산 형태로 전환된 것이다. 다만 DFA의 '주식' 항목에는 상장주식뿐 아니라 비상장 법인 지분과 헤지펀드·사모대출펀드 지분도 함께 잡힌다.

(로스앤젤레스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에코파크에서 한 여성이 21일(현지시간) 무더운 날 물가에 앉아 있다. 2026.7.2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스앤젤레스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로스앤젤레스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에코파크에서 한 여성이 21일(현지시간) 무더운 날 물가에 앉아 있다. 2026.7.2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스앤젤레스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억만장자는 이 집단의 일부에 불과하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18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오른 미국인 약 200명의 자산이 약 7조달러이고, 그 밖의 0.1%가 최소 18조달러를 더 가진 것으로 연준 추정치를 인용해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들 상당수가 월가나 실리콘밸리와 거리가 먼 비상장 사업체로 부를 쌓았다고 짚었다. NPR도 오언 지다 프린스턴대 교수와 에릭 즈윅 시카고대 교수의 연구를 보도하면서 "상위 1% 소득을 만드는 패스스루 업종을 순위화한 결과 법률서비스와 금융서비스에 이어 자동차 딜러가 3위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NPR은 이들을 '훔친 부(stealthy wealthy)'로 묘사했다. 겉으로는 지역 기반 사업체 소유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동차 딜러십, 법률사무소, 치과, 레스토랑 체인 같은 비상장 사업을 통해 소득분포 최상단에 오른 사람들이다.

미국 초부유층이 테크 억만장자나 월가 금융인만이 아니라, 지역 기반 비상장 사업체 소유주들로도 두텁게 구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소득 기준으로 보면 '초부자' 그룹이 고정된 집단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데이비드 스플린터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JCT) 이코노미스트와 제프 래리모어 연준 이코노미스트는 올 3월 연준 워킹페이퍼(FEDS 2026-015)에서 "1980년대 이후 상위 1% 소득 변동성 증가분의 약 3분의 2가 개인사업자·파트너십 등 법인세 대신 소유주 개인소득으로 과세되는 '패스스루(pass-through)' 사업소득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소득이 들쭉날쭉한 사업체 소유주가 꼭대기에 올랐다 내려오기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 연구에서 1970년대 이후 국세청(IRS) 납세자 패널을 추적했는데, 소득 상위 1%의 31%는 1년 뒤, 63%는 10년 뒤 그 집단을 떠났다. 상위 0.1%의 10년 뒤 이탈률은 76%다. 상위 0.1%에 진입한 사람의 소득은 3년 전의 평균 두 배였고, 이후 3년간 평균 절반으로 줄었다. 다만 연구진은 이런 변동성이 자산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는 크기 자체는 비슷하지만, 최상위층 자산 집중도 전체에 비하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21년 평균으로 계산하면 상위 1%의 부 점유율은 단년 기준보다 약 3%포인트, 0.1%는 2%포인트 낮아진다. 상위 1%의 3%포인트는 자산 불평등의 약 9%로, 소득(약 15%)의 절반 수준이다. 소득 순위는 자주 바뀌어도, 쌓인 자산의 집중은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④ 소비의 엔진인가, 뇌관인가

뉴욕연은은 쏠림이 소비의 엔진이 됐다고 본다. 라자슈리 차크라바르티 등 뉴욕연은 연구진은 지난 5월 '리버티 스트리트 이코노믹스' 블로그에서 2023년 이후 실질 소매지출 증가가 고소득층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연소득 12만5000달러 이상 가구의 실질 지출은 2023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약 7.6% 늘었다. 중간소득층은 약 3%, 4만달러 미만 저소득층은 1% 남짓 늘었다.

뉴욕연은 연구진은 원인으로 임금보다 자산을 지목했다. DFA 기준 소득 상위 1%의 실질 순자산은 2023년 1분기 이후 25% 넘게 늘었지만 소득 중간 40%는 10%에 못 미쳤다. 연구진은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소매 지출이 금융시장 조정에 취약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썼다. 이어 "단일 계층에 대한 의존은 지출 증가세와 그 취약성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같은 진단이다. 무디스의 올 1분기 추정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연소득 17만5000달러 이상)가 개인지출의 약 60%를 차지했다. 잔디는 "상위 20%가 소비와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추정이 실제보다 과장됐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금리도 변수다. 연준은 지난달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 올렸다. 2023년 7월 이후 첫 인상이다. 의사록 공개 뒤 AP는 대부분의 연준 당국자가 올해 추가 인상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부채 부담은 부자 지형의 바깥쪽에 몰려 있다. 총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0.1%가 1.1%, 하위 50%가 58.4%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 3.5%, 40세 미만 31.4%다. 같은 금리 인상이라도 주식이 많고 부채가 적은 고령 부유층에는 충격이 작다. 반대로 주식은 적고 대출 부담이 큰 젊은 층과 하위층에는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⑤ 부의 신기록이 보여준 미국 경제의 취약성

2026년 2분기 미국 부의 기록은 "미국인이 모두 부자가 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부가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쌓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미국 가계 주식의 40.5%는 70세 이상 가구가, 25.0%는 상위 0.1% 가구가 쥐고 있다. 2분기의 기록적 증가는 새로운 부자를 만들었다기보다, 이미 기울어 있던 주식 보유 구조를 한 분기 만에 증폭해 드러냈다.

[알링턴=신화/뉴시스] 10일(현지 시간)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식료품점에서 한 시민이 화장지를 사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은 에너지 가격 고공 행진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해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라고 밝혔다. 2026.06.11. /사진=민경찬
[알링턴=신화/뉴시스] 10일(현지 시간)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식료품점에서 한 시민이 화장지를 사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은 에너지 가격 고공 행진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해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라고 밝혔다. 2026.06.11. /사진=민경찬

첫 번째 함의는 소비다.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소비가 점점 더 임금소득뿐 아니라 자산가격, 특히 고령 부유층의 주식 포트폴리오에 연결되고 있다. 소득 상위 20%가 개인지출의 약 60%를 차지하고(무디스 추정), 65세 이상 소득 상위 10%는 지출의 15%가량을 투자계좌 인출로 충당한다(JP모건체이스연구소). 주가가 오르면 이들은 소비를 늘리지만, 주가가 조정되면 같은 경로가 거꾸로 작동한다. 뉴욕연은 연구진의 경고대로 소비가 금융자산에 기댈수록 주가 조정은 곧 소비 조정으로 번질 수 있다.

금리는 이 취약성을 양쪽에서 건드린다. 연준은 9월 인상과 함께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FOMC 참석자 18명 중 16명이 연내 최소 한 차례 더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상승은 위로는 주가 밸류에이션을 눌러 고령 부유층의 자산효과를 약화시키고, 아래로는 부채비율이 58.4%인 하위 50%와 31.4%인 40세 미만의 이자 부담을 키운다. 위에서는 자산효과가, 아래에서는 부채가 동시에 소비를 압박하는 경로다.

두 번째 함의는 세대 간 부의 이전이다. 70세 이상이 미국 주식과 순자산의 가장 큰 보유층으로 올라선 만큼, 앞으로의 불평등 논쟁은 소득세보다 상속세, 자본이득세, 금융자산 과세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자산운용 리서치업체 설리어소시에이츠는 2048년까지 미국에서 약 124조달러가 상속·증여될 것으로 추산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게일·존 사벨하우스는 상속 시 취득가액을 시가로 재평가하는 '스텝업(step-up in basis)' 규정 탓에 평생 과세되지 않는 소득이 쌓인다고 지적한다. 반면 2025년 제정된 OBBBA로 2026년 연방 상속·증여세 기본공제액은 1인당 1500만달러로 높아졌다. 부유세·상속세 논쟁의 표적은 이름난 테크 억만장자 몇 명이 아니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13만7000가구와 그들의 금융자산이 될 공산이 크다.

결국 이번 주식 랠리는 새로운 부자 지형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자산 보유 구조를 더 강한 조명 아래 드러냈다. 미국의 부는 커졌지만, 그 부가 경제 전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떠받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금의 소비는 임금과 고용만큼이나 고령 주주의 포트폴리오에 기대고 있다. 이번 부의 신기록이 동시에 미국 경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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