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악재에도 변동성 확대… 인프라 기업들 상장 연기
월가 "막대한 AI 자금 조달, 금리상승 위험 요인" 경고
글로벌 증시에서 AI(인공지능) 관련 기업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진다. 중국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신제품 출시계획에 마이크론을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기업 주가가 줄줄이 하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악재성 이슈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일깨웠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업계 핵심 기업 네덜란드 ASML이 시장 전망치에 대체로 부합하는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호주의 데이터센터업체 에어트렁크와 퍼머스그리드가 불과 며칠 간격으로 상장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금리인상과 더불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상장시기를 저울질한다는 분석이다. 퍼머스그리드는 약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의 자금조달을 목표로 호주에서 3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퍼머스그리드는 비공개 사모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내년에 증시입성에 도전할 계획이다. 블랙스톤의 지원을 받으며 싱가포르 상장을 준비 중이던 에어트렁크 역시 상장계획을 내년 상반기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스마트링'으로 주목받은 핀란드 제조업체 오우라를 비롯해 소프트뱅크의 에너지 자회사 SB에너지도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과 불리한 시장상황으로 IPO(기업공개) 일정을 연기했다. 앤트로픽은 상장일정을 몇 주 연기했으며 14일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투자자의 날'을 개최할 예정이다.
미국, 한국 등에서 반도체주를 끌어내린 'CXMT 쇼크'는 실체에 비해 시장의 반응이 과도했다는 평가다. 마이크론은 뉴욕증시에서 지난 12일 3.8% 하락한 데 이어 13일에도 3.6% 떨어졌다. 그러나 시장에선 CXM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시장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빼앗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CXMT는 그동안 PC·스마트폰·가전용 D램에 주력했고 고난도 기술인 서버용 D램시장엔 막 진출을 선언한 단계여서다.
레이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필립 울 수석 시장전략가는 "CXMT가 아직 대규모 생산능력을 입증하지 못했고 시장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반응은 당장의 경쟁위협에 비해 과도해 보인다"고 말했다.

월가는 이로 인해 반도체 시장의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주가하락은 AI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UBP의 베이 선 링 수석 주식자문가는 "투자자들은 불안해하면서 메모리주처럼 뛰어난 성과를 보인 AI 관련주에서 차익실현을 위한 구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4대은행도 AI 인프라 구축에 따른 자금수요는 여전히 막대한 투자기회지만 금리상승 압력이 가해지고 금융계 전반에 부실자산 위험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이날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5년간 전세계 AI 관련 총투자액이 7조6000억달러(약 1경176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실적설명회에서 "고객사와 접촉하면서 현재 컴퓨팅 수요가 공급을 상당히 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AI 투자가 금리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위험요인으로 지적된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의 조달비용이 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부작용을 낳으며 최악의 경우 경기후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찰스 샤프 웰스파고 CEO는 "반도체, 네트워킹장비, 발전기,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수요가 계속 급증한다"면서도 "막대한 레버리지와 특정 산업 및 공급망의 가격상승 압력으로 인한 위험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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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ASML은 지난 3분기 순매출액이 116억6200만유로(약 11조4500억원)로 전분기 대비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팩트셋이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116억3000만유로를 소폭 웃돈 것이다.같은 기간 순이익은 49억6000만유로(약 7조4200억원)로 전분기 대비 70% 급증했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41억3000만유로를 상회한다. 올해 연간 순매출액 가이던스는 440억~450억유로로 제시, 가이던스 하단을 기존 430억유로에서 상향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