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수석 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이 중간선거 직후 공화당 내부에서 당의 미래와 차기 지도부를 둘러싼 '내전(civil war)'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설계한 주요 인물인 그가 마가 진영과 전통적인 공화당 기득권층 사이의 노선 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배넌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다음 날부터 공화당 내부의 권력 다툼이 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일 이후 새 의회가 출범하는 내년 1월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레임덕 세션'에서 부채한도와 대규모 정부 지출 법안, 국방 정책, 인공지능(AI) 규제를 놓고 "거대한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이스라엘과 이란, 이민, '딥스테이트'(기득권 관료 집단) 문제 등을 둘러싸고 공화당 내부의 균열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쟁점들을 놓고 큰 싸움이 벌어지고 각자가 어느 편에 서는지가 드러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2027년 당 지도부의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8년 대선의 유력 주자는 아직 없다"며 "당 내부에서 내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넌은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대선 캠페인에서 구축하는 데 기여한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공화당의 미래라고 보고 있다. 반면 공화당의 후원자와 당내 실무진, 주 단위 조직 등 기득권층은 당의 주도권을 되찾으려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그들은 트럼프를 잠깐 지나가는 여름 폭풍 정도로 여긴다"며 "지지자들이 여전히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단계를 지났다. 이 운동은 오히려 더 민족주의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넌은 한때 올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는 '블루 쓰나미'가 공화당을 덮칠 수 있다고 봤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려는 노력에 고무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캔자스, 오하이오주 선거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주 여론조사도 우려스럽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켄 팩스턴 후보가 민주당의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와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에서는 38년 전 민주당 후보가 마지막으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다면 "기적일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8주 전보다 분위기는 훨씬 좋아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