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낙원상가를 지켜온 힘은

[기자수첩]낙원상가를 지켜온 힘은

김성휘 기자
2009.03.16 16:22

"자꾸 안 된다, 안 된다 하니까…"

서울 낙원동 285-6번지에 자리잡은 '악기의 메카' 낙원상가엔 요즘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장사가 안된다는 불안감보다 이러다 낙원상가가 영영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주변의 우려가 상인들은 더 부담스럽다.

한 상인은 "방송국에서도 몇 번씩 왔다 갔는데, 방송 나가는 것 보면 모두 부정적인 내용 뿐"이라며 기자의 취재 요청에 손사래를 쳤다. 그런 그를 겨우 설득해 대화를 나눴다.

분명 낙원상가가 예전보다 쇠락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전성기는 80년대였다. 낙원상가는 밤무대 연주자들의 사랑방이자 인력시장으로 밤낮없이 붐볐다. 그러다 90년대 노래방 기계가 등장하자 연주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낙원상가도 내리막길을 만났다. 인터넷이 보급돼 온라인 악기시장이 탄생하자 낙원상가는 다시 타격을 입었다. 도시 재정비를 위해 낡은 건물을 철거할 거란 소문도 상인들을 불안하게 한다.

그러나 낙원상가는 아직도 살아 있다. 지금도 하루 방문객이 200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입점 상가들은 직접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자구노력을 기울인다. 2층에 자리잡은 '산울림악기'의 박창근 사장은 "예전 마인드로는 안된다"며 "발 빠르게 적응하고 보다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색소폰을 비롯한 악기를 배우려는 중년 소비자가 늘자 최근 관악기 취급매장이 몇 곳 새로 문을 열기도 했다. 이처럼 음악인이 아닌 일반 손님들도 낙원상가를 찾는다. 낙원 상가의 한 악기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방문 고객은 줄었을지 몰라도 전체 음악시장은 굉장히 커졌어요. 음악 인구도 많아지고요. 긍정적인 방향으로 봐주세요. 그저 안된다고만 하면 되겠습니까."

낙원상가가 그동안 많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도 존속해왔던 힘이 바로 이 악기 상인의 말속에서 느껴졌다. "안 된다, 망하겠다"보다는 "잘 될 거다, 방법이 있을 거다"라는 긍정의 힘이 낙원 상가를 지켜왔다는 생각이 든다.

"낙관주의자는 장미에서 가시가 아니라 꽃을 보고, 비관주의자는 꽃을 잊은 채 가시만 쳐다본다." 칼릴 지브란의 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