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디지털 이성보다 인성 감성 살려야

[CEO칼럼]디지털 이성보다 인성 감성 살려야

장준근 나노엔텍 대표
2009.04.21 09:59

4월 초 워크숍 참석차 제주도를 방문했다. 모 방송국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타게 된 올레길을 걸어볼 기회가 생겨 직원들과 함께 11개 코스 중 첫 번째 코스 약 10km를 걸었다.

첫 번째 코스는 성산일출봉 근처다. 시흥초등학교를 출발점으로 성산일출봉 아래쪽인 광치기해안까지 약 15km 거리다.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차량으로는 고작 10분 정도 소요될 정도로 직선거리는 짧다. 그 짧은 직선도로를 내버려두고 꼬불꼬불 이어진 길을 따라 동료들과 약 4시간 동안 걸었다.

제주도는 여러 행사 참석 등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방문했던 곳이다. 제주도 사람보다 제주도를 더 많이 알 정도가 됐다. 하지만 이번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도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함께 다양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평범한 시골길이 아닌 관광코스로서 올레길은 느낌이 달랐다. 이름 모를 잡풀들이며 크고 작은 구멍들이 뚫린 현무암으로 쌓인 나지막한 돌담, 남국의 아련한 풍경과 향기들이 새롭게 보였다. 길 주변의 모든 사물들이 점차 의미 있는 것들로 다가왔다.

꾸불꾸불한 농로, 밭과 밭을 가르는 낮고 검은 담들, 아스팔트길과 파란색 페인트로 대충 그려진 올레길 이정표, 포스터물감을 뿌린 듯이 노오란 꽃이 만발한 유채밭 사이에서 이 곳 사람들의 손때와 숨결을 폐부 깊이 한껏 들이키면서 올레길을 완주했다.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제주공항에서 서울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1∼2초 사이에 스쳐 지나갈 만한 제주도의 작은 길을 4시간 동안 걸었던 느낌이 새록새록 다가왔다. 직접 걷는 4시간과 비행기를 타고 지나쳐 가는 의미 없는 1∼2초의 차이. 그 차이가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잊어버린 중요한 뭔가가 아닐까.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 전기 전자 기술 등 정보통신(IT) 산업과 기술의 발전은 우리와 우리가 영위하는 모든 환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은 이제 무색해질 만큼 빠른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서 신속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경쟁우위를 갖춘 시스템과 공학, 수많은 챠트와 숫자들이 중요한 요소가 돼버렸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숫자 ‘0’과 ‘1’의 조합과 반복, 이러한 패턴의 무한 확장을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결과 생활의 편리를 구현했지만 다양한 인성과 깊은 숨결이 퇴색돼 가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가속이 붙어 지금의 시대는 빠르고 이해하기 어려운 초고속 급행열차처럼 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본연의 인성과 감성을 새롭게 할 여유를 잃어버리고 있다. 그 결과가 현재의 금융위기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효율성과 수익 달성만을 위해 복잡한 공학에 의존해 파생상품의 레버리지 효과로 엄청난 수익을 달성했지만 결국 디레버리지로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미국 증권가(Wall street). 디지털화의 극단과 함께 우리의 감성과 인성을 새롭게 할 여유가 없을 때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 같다.

올레길을 걸으며 빠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 우리가 가진 아날로그적인 인성과 감성을 잘 살려야 된다는 걸 느꼈다. 현재 경영 환경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디지털 이성보다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아날로그적인 감성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뿐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제품 하나 하나에 인간적이고 자연친화적인 감성을 불어넣음으로써 우리 모두가 함께 잘되는 것으로 귀착이 돼야 한다.

앞으로 나노바이오 융복합 기술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 제품에 우리 모두가 함께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인간적인 감성과 향기를 불어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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