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주인찾기..지분 분산매각 통한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 대안 거론
하이닉스반도체 주주협의회가 하이닉스 재매각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식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대부분 인수 의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재매각 역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이상만 쫓다 시간만 허비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을 본격 모색해야 한다는 논리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주주협의회는 재매각을 추진하면서도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산업보다 경쟁이 치열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은행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상태로 계속 갈 수 없다는 `현실론'이 배경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포스코식' 지배구조다.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는 뚜렷한 단일 최대주주 없이 지분이 분산돼 있고 이사회가 중심이 돼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1998년 민영화 때 정부와 산업은행이 보유한 포스코 지분을 1인당 3% 이내로 제한해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민 공모주 방식으로 매각했다. 하이닉스도 인수 능력을 갖춘 주인이 나서지 않는다면 주주협의회가 우호 주주들을 중심으로 분산 매각하고 이사회가 중심이 되는 지배구조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분을 분산 매각하는 방식은 `국민주' 방식이든, 우호 주주를 모집해 분산 매각하는 것이든, 어느 쪽이든 나은 방향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주주협의회가 보유하고 있는 28% 정도의 지분을 주주단협의회가 일부만 계속 보유하고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 등 재무적 투자자, 하이닉스 협력사 협의회 등 전문적이고 우호적인 주주 등에 분산 매각하는 방식 등의 형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가 반도체 산업의 특성과 맞지 않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성공에서 보듯 확실한 `오너'가 없을 경우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치열한 D램 시장에서 세계 2위를 지켜내는 과정에서 쌓인 하이닉스 내부의 경영 역량, `치킨 게임'을 거치면서 공정 기술과 양산 경쟁력에서 선두권 지위를 확고히 한 점,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으면서 당분간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로도 충분히 승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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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같이 반도체 외에 다른 `캐시카우'가 있는 기업이라면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가 큰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하이닉스는 이사회 중심의 보수적인 경영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금보다 차입금 규모만 좀 줄면 충분히 대주주의 수혈 없이도 독자 경영이 가능한 회사"라며 "다만 이러한 지배구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추고 직원들의 내부역량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의가 앞으로 진행될 재매각 과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안 없이 `주인 찾기'에만 매달릴 경우 자칫 인수 능력이 떨어지는 후보에게 넘기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매각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끌려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하이닉스 주주협의회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은 다음 달 21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매각공고를 내고 내년 1월 말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