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주유소 현장에서 본 고유가 문제

#지난 11일 금요일 오후 5시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A주유소. 9개의 주유기 앞엔 자동차가 한대도 없었다. 직원들은 의자에 앉아 눈이 빠지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가 주유소 직원들과 함께 한 시간 동안 지켜봤지만 고작 6대만 다녀갔다.
직원들은 작년 말과 비교하면 너무 차이난다고 했다. 그 때만 해도 꽤 손님들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주유소는 도심에서 외곽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 교통이 좋아 오가는 차들이 많다. 100m 반경에 주유소가 3개나 더 있다.
주유소 직원 김경락(가명, 38)씨는 "보통 하루 평균 500대 이상이 기름을 넣으려고 다녀갔지만, 올 들어 점점 줄어들더니 요즘엔 250∼300대로 뚝 떨어졌다"며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차들이 거의 오지 않는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하는 직원들도 1년 전 10명 정도 됐지만 지금은 세차하는 직원을 포함해 5명으로 줄었다"고 덧붙였다.
인천의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해 리터당 1600∼1700원선을 기록했다. 지금은 1945원으로. 불과 몇 개월 새 리터당 250원 가까이 올랐다. 기름 값이 오르자 주유소 고객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주유소를 운영하는 조동성 씨는 "지금 생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는 얘기다. 조 씨는 "작년 3월 기준으로 우리가 번 돈이 월 기준으로 100원이라고 하면, 지금은 마진이 없을 정도인 60∼70원정도 밖에 안 된다"며 "이런 분위기가 계속 되면 고사 직전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엔 정유사 퇴직하면 주유소를 운영하도록 회사에서 배려해줬는데 요즘엔 퇴직자들이 주유소 안한다고 손사래 친다"며 "퇴직금 까먹기에 딱 알맞은 게 주유소란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직접적인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누가 나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체념한' 말투였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유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휘발유 가격의 절반이 세금인 상황에서 나머지 부문을 정유사들이 많이 가져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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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는 "세금과 정유사의 세전 공급 가격이 휘발유 가격의 90%를 훨씬 넘는다"며 "정부와 정유사의 이런 방침이 주유소들만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고민하지 말고 유류세와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해 주고, 정유사는 일반 공급가격을 낮춰야한다"고 강조했다.
지식경제부와 석유공사에 따르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 구조는 △유류세와 부가세 49% △세전 정유사 판매가격 47% △주유소의 유통비용과 마진 4% 등으로 이뤄졌다. 주유소별 판매가격은 지역별 자동차 이동 흐름별 경쟁상황, 주유소 입지, 땅값 등을 고려해 주유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조 씨는 특히 정유사들의 영업이익률이 많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언론에선 정유사 이익률이 2∼3%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며 "돈을 벌지 못했다는 정유사도 순이익으로 한 해 수천 억 원 이상 가져가고 있는데, 적어도 10%는 넘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정유사들의 횡포가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폴사인제(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의 제품만 판매토록 한 제도로 1992년 도입됐다가 2008년 9월 폐지됐다.)가 없어진지 오래지만, 여전히 정유사들의 입김이 세다고 귀띔했다. 김 씨는 "한 정유사와 일정량 이상 거래를 해야 보너스 적립 등 여러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폴사인제를 하고 있는 셈이다"며 "주유소들에게 정유사는 갑중의 갑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나면 한달 정도 후에 국내 휘발유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주유소들은 앞으로 더 문제다. 조 씨는 "정유사들이 정해주는 공급 가격에 따라 휘발유 가격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주유소들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다"며 "정부나 정유사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많은 주유소들이 쓰러질 것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