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의 정책테마 인터뷰]④황수성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장
- 2010년 전 세계 태양광·풍력 시장 2430억 달러
-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 올해 84.2억 달러 수출
- 2015년 세계 5대 강국 도약, 제2의 반도체·조선으로 육성"
# 맥주와 소주의 관계가 묘했다. 같은 술이지만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업계에선 둘 사이를 대체재로 구분할 지, 보완재로 봐야할 지를 놓고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맥주 가격이 오르면 소주 소비가 느는 탓에 대체재로 봐야한다는 주장과, 폭탄주처럼 둘을 섞어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완재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답을 내놨다. 맥주와 소주는 맛과 도수, 수요 등에서 차이가 있어 서로 다른 시장이라는 것. 즉 서로 대체나 보완관계에 있지 않다는 얘기였다. 하이트맥주와 진로 소주의 결합을 승인하면서다. 2005년의 일이다.
당시 공정위는 새로운 개념을 꺼냈다. 맥주와 소주는 시장이 서로 다른 '혼합 결합' 관계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혼합결합이란 심사는 처음이었다. 외국에선 시장의 효율성 제고와 경쟁 제한에 중립적이라는 이유로 혼합결합을 상당 부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이와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다. 원자력발전(원전)과 신재생에너지 관계를 놓고서다. 지난달 일본 열도를 뒤흔든 대지진 이후 더욱 그렇다. 지진 여파로 원전이 폭발,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자 신재생에너지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관련 주식들은 연일 치솟으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에 거품이 끼었다고 꼬집었다. 결코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면서다. 실제 대부분 국가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높지 않다. 엄청난 개발 비용과 낮은 효율성 탓이다. 그게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로 지적됐다. 사람들이 기술·경제적으로 상당히 불확실한 신재생에너지를 원전의 대체 에너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몇 년 전 태양광과 풍력이 엄청 관심을 받다가 어느 한 순간 시들어버렸던 기억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다듬고 있는 황수성(45)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장도 이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다만 맥주와 소주의 관계를 '혼합결합'이란 결론을 낸 공정위처럼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지난 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만난 황수성 과장은 "신재생에너지를 지금 당장 원전 대체 에너지원으로 볼 게 아니라 우리의 수출 산업 측면에서 바라봐야한다"며 "신재생에너지를 걸음마 단계, 미성숙한 분야로 치부하기엔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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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성 과장의 설명은 이렇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35%다. 이에 반해 신재생에너지는 1.1%다.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반면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수출은 45억 달러였다. 올해 예상치는 84억2000만 달러다. 2009년 말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원전이 400억 달러였는데, 기간은 10년이었다. 한해 평균 40억 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딱 봐도 원전 수출 규모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신재생에너지가 앞선다는 얘기다.
결국 우리나라 에너지 시장에서 둘 사이를 지금 당장 대체 관계로 볼게 아니라, 시장을 다르게 보고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과장은 "물론 장기적으론 친환경 에너지가 답이지만, 제2의 반도체나 조선 산업으로 키우는 게 현실적인 전략이다"며 "오는 2015년 362억 달러 수출이 목표인데, 우리나라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빠른 다른 나라를 타깃으로 삼아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네덜란드나 덴마크 등 여러 나라는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에너지의 20%를 충당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합성어다.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 물, 지열, 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다.

신에너지는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 수소에너지 등 3개다. 이에 반해 재생에너지는 태양열, 태양광발전, 바이오연료, 풍력, 해양소수력, 지열,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 등 8개나 된다. 이중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연료가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황 과장은 "작년 기준으로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2430억 달러(약 264조3842억 원)였는데, 결국 햇빛과 바람을 돈으로 환산하면 그만큼 된다는 얘기다"며 "정부에선 오는 2015년 4000억 달러, 2020년 1조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은 지난 5년간 79.2% 성장했다. 지난해 16.5GW(기가와트, 10억 와트) 규모의 태양광 설비가 설치됐다. 지금까지 37.4GW가 설치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올해 약 20GW, 2014년엔 약 30GW가 새롭게 들어설 전망이다. 국내 태양전지나 모듈 기업들에 희소식이다. 박막태양전지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풍력 시장에선 지난해 35.8GW의 설비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195GW나 설치됐다.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23.8% 성장했다. 2020년엔 누적 설치 용량이 1900GW에 이를 전망이다. 기어박스나 베어링, 블레이드 등 핵심 부품을 만드는 기업들과 풍력 발전기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을 전망이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도 눈부시다. 지난 2007년 100개에 머물던 업체 수는 지난해 215개로 늘었고, 고용인원도 3527명에서 1만1715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황 과장은 "매출은 1조2000억 원에서 8조1000억 원으로, 수출은 7억7000만 달러에서 45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며 "올해는 수출 84억2000만 달러, 고용 1만7161명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2015년 세계 5대 신재생에너지 강국 도약'이란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앞으로 5년 간 40조원을 투자, 이 분야 세계 최강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포부다.

다만 국내 시장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은 넘어서야할 과제다. 우리나라 기후 조건상 하루 평균 4시간밖에 태양광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페인이 하루 평균 8시간 태양광을 만들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풍력은 1일 평균 생산규모에 대한 계산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바람의 질이 좋지 않아서다. 바람이 많이 부는 강원도 동부 일대와 제주도에 풍력설비가 대다수 몰려 있는 수준이다.
또 현재 태양광 발전 단가가 1kw당 460원 수준인 것도 부담이다. 원전은 39.61원/kWh이다. 유연탄 60.79원/kWh, 무연탄 100.04원/kWh, LNG 128.06원/kWh, 중유 182.08원/kWh 등 2010년 평균 단가는 117.77원임을 감안하면 경제성이 한참 떨어진다.
황 과장은 "태양광 발전단가가 평균 단가와 비슷해지는 오는 2015년쯤 신재생에너지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며 "국내 태양광·풍력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