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꼭 팔겠다" 필사적.. 현대가 '완화조건' 만지작
하이닉스 채권단이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그룹에 컨소시엄을 구성, 인수에 참여해줄 것을 제안하면서 현대가의 후속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권단은 매각조건을 이전보다 완화키로 하는 등 하이닉스 매각 의지가 분명해 현대가가 이번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새 주인찾기 작업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8일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해 "확정된 사안이 없다"고만 언급했다. 현대차 측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왜 공동인수 제안했나=채권단은 이번에 하이닉스 매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유력한 후보군을 점검한 후 자금력이 풍부한 현대중공업에 컨소시엄을 구성, 인수에 참여토록 제안한 것도 매각의지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구주매각만 고집하지 않고 신주 인수의 길을 열어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 채권단 핵심 관계자는 "인수자 입장에서 충분한 메리트를 갖게 하는 동시에 채권 회수도 적정하게 이뤄지도록 하는데 고심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단 고위 관계자도 "인수 후보자가 추가 자금 투입 여부를 걱정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 제안과 관련, 실질적인 인수주체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차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막 마무리한 점을 감안해 채권단이 일단 현대중공업에 컨소시엄의 중심이 돼달라고 제안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한다. 실질적으로 현대차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하이닉스는 새 주인을 만날 경우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에 대한 빠른 의사결정이 수월해져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3~4년의 호황과 불황을 번갈아가는 실리콘 사이클을 가진 산업의 특성상 '장기적' 안목의 오너경영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일본의 경우 전문경영인들이 리스크 부담을 갖지 않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지 못해 D램 산업에서 한국에 밀린 것이 좋은 예다.
◇현대중공업 나설까=그동안 현대중공업이 반도체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한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의 하이닉스 인수설은 2009년부터 나온 얘기지만 채권단의 매각의지가 분명하고 자금여력이 대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충분하다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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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전체 매출에서 △엔진·기계사업 △그린에너지사업부문의 비중을 높이고 사업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더구나 현대중공업은 알려지지 않은 인수 '명분'도 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1981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시절 반도체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그 준비를 현대중공업에 맡긴 비화와 관련된 것이다.
그는 당시 일본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 김향수 아남반도체 사장과 청와대를 예방했는데, 마쓰시타 회장이 전두환 대통령에게 한국의 반도체사업을 권유한 게 계기였다. 당시 정 회장의 '오른팔' 격이었던 이현태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한국 최초 전공정 반도체회사인 '한국반도체'의 창업자 강기동 미국 KDK일렉트로닉스 사장이 기술용역 계약서에 서명하면서 현대의 반도체사업은 시작됐다.
이 기술용역 계약서에는 '현대중공업 기획조정실'이라고 적혀 있다. 정 회장은 현대중공업 기획조정실에서 올린 반도체사업 용역계약서를 보고, 미국 서니베일로 강 박사를 찾아가 현대의 반도체사업을 논의하기도 한 인연이 있다.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 출범의 산파였던 셈이다.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산업은 99년 LG반도체를 인수, 같은 해 현대반도체와 합병한 뒤 2001년 사명을 하이닉스반도체로 변경하고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현재 국민연금이 지분율 9.11%로 최대주주며 한국정책금융공사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5.50%, 5.05%의 지분을 보유했다. 다만 현대중공업 내부에선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한 임원은 "기존 사업부문과 반도체부문의 시너지가 잘 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