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기술개발에서 외국기업들에 배타적인 일본이 한국과 미국, 대만의 반도체 기업에 손을 내밀며 차세대 반도체 공정 및 장비개발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일본이 자국 정부와 민간의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외국 기업을 끌어들인 것은 이례적이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삼성전자(219,500원 ▼5,000 -2.23%)와하이닉스(1,222,000원 ▼3,000 -0.24%)를 비롯해 미국 인텔, 일본 도시바, 대만 TSMC 등 반도체 기업들이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1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대 공정기술에 대한 공동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 경제산업성과 민간 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10나노 반도체 공정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차세대 기술확보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80년대와 90년대초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제패했던 일본은 90년대 중반부터 현재 20나노 공정 개발까지 한국의 삼성이나 미국 인텔에 밀리고, 장비부문에선 네덜란드 ASML이나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에 주도권을 뺏겨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의 부활'을 꿈꿨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도시바와 호야, 토판인쇄 등 일본 반도체 소자와 소재 분야 11곳이 공동 출자한 'EULV 기반개발센터(EIDEC)'에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 등 전 세계 유수 반도체 업체가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프로젝트는 2016년까지 반도체 회로선폭을 10나노미터대로 축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일본 민관 공동 프로젝트에 외국 기업을 끌어들인 것인 이례적이다. 일례로 차세대 LCD 개발 민관공동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소니가 2004년 삼성전자와 S-LCD를 합작한 후 해당 프로젝트(퓨처비전)에서 배제될 정도로 일본의 민관 공동 기술개발은 배타적이다.
일본이 외국기업들을 끌어들인 이유는 20나노 공정의 액침(이멀전, ArF 광원) 방식에서 네덜란드 ASML에 밀리는 등 장비경쟁력에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시장에서 ASML(매출 51억 6000만달러)은 도쿄일렉트론(42억 6700만달러)을 3위로 밀어내고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60억 1700만달러)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ASML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니콘은 2009년 6위에서 지난해 9위(11억 6800만달러)로 내려앉았다.
반도체 공정기술 경쟁력은 장비경쟁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일본 장비업체들의 기술개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삼성전자와 인텔 등 글로벌 소자 업체를 자국 프로젝트에 끌어들였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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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에서는 기존 광원(ArF)을 대체하는 새로운 광원(극자외선, EUV)을 쓰는 공정인 10나노공정대 신기술 개발에서의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삼성전자와 인텔 등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지면서 공동개발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