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연비개선 위해 '녹색금형펀드' 500억원 출연
"문제는 다시 금형"
'군살빼기'가 화두인 국내 자동차업계가 금형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그동안 엔진과 변속기, 소재 개발을 통한 연비 올리기에 주력했지만 금형 기술력으로 무장한 독일 자동차업계를 뛰어넘기에는 2%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 BMW와 폭스바겐의 준중형 모델이 연비 20km/L의 벽을 넘는 사이 현대차 대표 준중형 세단 아반떼는 이를 극복하지 못한 이유도 금형 기술력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현대차(480,500원 ▼9,000 -1.84%)그룹은 지난 주 중소 금형업체의 설비 투자를 지원하는 500억원 규모의 녹색금형펀드를 출연했다.
현대차그룹 내 11개 계열사와 2560여개 중소 협력사가 체결한 '2012 동반성장협약'의 일환으로 추진된 지원책으로 금형업체들은 현대차그룹의 신차종 투입 때 필요한 투자비를 저리 조건으로 대출 받을 수 있다. 설비투자 지원에 더해 신기술 개발도 금형 협력사들과 같이 추진 중이다.
금형은 자동차 부품을 찍어낼 틀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뿌리산업'으로 일컬어지지만 높은 기술력이 필요치 않고 수익성도 낮아 자동차업계에서 '3D 분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금형기술력을 높일 경우 차량의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어 경량화를 통한 연비 올리기가 최대 숙제가 되고 있는 업계의 재조명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플라스틱 금형업체인 신한금형과LG하우시스(31,200원 ▲100 +0.32%)와 함께 '그린카용 초경량 파워캐리어 개발' 사업을 추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팩 캐리어의 무게를 대폭 줄였다. 신한금형의 틀로 제작된 자동차용 배터리팩 캐리어는 무게가 강철소재 대비 30% 이상 줄어들었다.
부산에 위치한 금형업체 A사는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390,000원 ▼12,500 -3.11%)와 함께 부품 경량화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신모델 탑재를 준비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차량용 범퍼 경량화를 위한 금형기술 관련 특허 4건을 해외와 국내에 각각 2건씩 출원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도 고강도 차체 금형 개발을 현대자동차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강성이 높은 소재를 제대로 찍어낼 만한 틀을 개발할 경우, 자동차의 강성을 높이기 위해 부품을 추가로 장착해야 할 필요가 없어 차체 무게를 줄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현대차가 출시할 신모델에 이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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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개발 확대로 기술력이 이미 세계수준으로 도약한 금형업체도 있다.성우하이텍(8,490원 ▼50 -0.59%)은 로봇 레이저 용접 기술로 아반떼(MD) 차량용 범퍼 금형을 제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독일에서 최근 특허 등록이 됐으며 미국과 중국, 독일에도 특허 출원을 했다"며 "이 기술을 통해 경량화는 물론 공정 시작 단축효과도 얻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엔진과 변속기 및 소재 기술 개발만으로 연비를 올리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BMW와 폭스바겐 등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연비기술 선두에 설 수 있었던 까닭은 우수한 자국 금형산업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정우창 대구가톨릭대학교 공과대 교수는 "자동차 연비 향상을 위해 대기업 차원에서 소재 경량화 기술은 적극 개발됐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금형제작 기술은 그동안 별다른 진보가 없었다"며 "다행히 지난해 산업융합원천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금형업계가 총망라돼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금형산업의 실적도 숨통이 트이는 양상이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09년 매출이 전년대비 동일하거나 감소한 업체는 전체 70.6%였던 반면 2011년에 이 비중은 50%로 내려갔다. 특히 높아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수출은 22억4000만달러로 2009년 대비 54%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