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전세계 시장 규모..회로도만으로는 한국 기업과 갭 줄이기 쉽지 않아
기술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다. 그 기술로 인해 미래에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릴 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을 기반으로 추정 가능한 규모를 어림잡는다. 27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제1부가 국가정보원과 공조해 적발한 AM OLED(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기술 유출사건에서 눈길을 끈 것은 유출된 기술의 가치다.
'90조원 상당의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OLED 기술이라는 언급에서 알 수 있듯이 9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 시장의 기술을 빼내갔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도 충격적이다.
'90조원의 OLED 시장'의 근거는 어디서 출발했을까. 지난해 전세계 AM OLED 시장은 7조~8조원 정도의 규모였다. 전세계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매출이 6조 5800억 정도였다.
스마트폰의 열풍으로 올해 1분기에는 2조 3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 올 한해 SMD는 10조원 내외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90조원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아직 갭이 크다.
이번에 기술이 유출된 OLED의 경우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형 OLED가 아닌 55인치 등 대형 TV에 들어가는 것으로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기술이다. 이 기술 개발에만 삼성은 1조 3800억원, LG는 약 1조 270억원을 투입했고 하반기 중 55인치 제품을 앞다퉈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 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이 시장이 성장할 경우 OLED 시장은 올해 88억달러에서, 2013년 130억달러, 2014년 180억달러, 2015년 210억달러, 2016년 250억달러로 추정된다. 5년간의 전체 시장을 합치면 약 858억달러 (9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검찰이 발표한 90조원 규모의 시장은 향후 5년간 이 시장 100%를 한국 업체들이 확보했을 데 가능한 수치다. 당초 'OLED 기술 가치 90조원 규모'는 지난 5월 경찰청이 삼성과 LG의 인력 빼가기와 관련한 기술유출 사건이 불거지면서 처음 언급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부풀려진 느낌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기술 유출 사건의 경우도 핵심설계도이긴 하지만 단순히 이 설계도만으로는 완전한 제품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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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건물 설계도만 있다고 빌딩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공정기술과 시공력이 있어야 한다"며 "마찬가지로 회로도만 있다고 AM OLED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공정인 증착공정과 봉지(인캡슐레이션: 밀봉하는 작업) 공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설계도도 큰 쓸모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유출된 회로도의 경우 제품이 나오면 다른 업체들이 이를 사서 뜯어보면 역설계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몇 개월간의 기술 갭을 줄이는 정도"라고 말하기도 한다.
국내 첨단 기술유출에 대한 철저한 방어와 기술유출자들에 대한 엄벌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 수사 당국으로서는 사건의 의의를 가급적 크게 부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안이 실제와 다르게 증폭되는게 일상화되지 않을까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