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대학생, 휴학 후 '술집 알바'…사연은?

22살 대학생, 휴학 후 '술집 알바'…사연은?

오동희, 최중혁 기자
2012.09.18 05:45

[희망채용, 대한민국을 바꾼다] 기업은 왜 저소득층 채용에 나서나

#기초수급대상자인 A군(22)은 현재 대학 휴학중이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기 중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제대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휴학하고,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 복학해 공부하는 과정 반복해 왔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얼마전에는 야간에 근무하는 서울 홍대 쪽의 주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A군은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반복한 탓에 성적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나오지 않는데다, 다른 친구들이 다녀왔다는 어학연수나 각종 자격증 취득은 엄두도 못내 취직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생활苦와 학점苦의 악순환

비단 A군만의 일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자(149만 9720명) 중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학생은 8만3655명(5.6%)이다. 이들 상당수는 학점 기준을 충족하면 국가장학금의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가족의 사고, 질병 등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대학생의 경우 과도한 아르바이트로 국가장학금 성적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올 1학기 국가장학금 Ⅰ유형(소득 3분위 이하: 연 환산소득 3054만원 이하 가족의 대학생) 신청자(64만 9292명) 중 성적기준(B학점 이상) 미 충족으로 탈락한 학생은 8만 8244명(13.6%)에 달한다.

장학금을 받지 못한 이들은 또 다시 휴학과 어려운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뛰어들어야 하고,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성적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결국 취업의 기회를 잃는 장벽에 부딪힌다.

서울 시내 사립대학의 한 관계자는 "정부나 대학으로부터 장학금을 받더라도 저소득층 학생들은 방값, 교재비, 식비 등 생활비 부담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게다가 등록금 절대금액이 워낙 높아 학업에만 충실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하면 줄어드는 정부 보조금

현재 정부에서는 무주택, 무소득의 1인 기초수급대상자에게 월 45만 3000원 가량의 정부 보조금을 지급한다. 소득이 45만원이 넘으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대학생, 장애인, 노인은 일정부분 예외조항이 있다.

문제는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해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로 월 30만원 이상을 벌어들일 경우 정부 보조금이 줄어다는 것이다.

45만여원의 보조금을 받는 기초수급대상자 대학생의 경우 30만원의 수입에 대해서는 보조금 삭감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부 보조금 포함 총 수입 75만원까지는 보조금의 변동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월 30만원 이상의 아르바이트를 할 경우 초과되는 금액의 70%는 국가보조금에서 제외한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100만원을 번다면 공제대상인 30만원을 제외한 70만원의 70%인 49만원을 국가보조금에서 제외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받던 45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한 푼도 못 받는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어느 정도 이상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정부 보조금을 더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휴학 중이거나 방학 때 일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의 소득이 일반 직장인들의 상시적인 소득과는 다르다는 점과, 매 학기 수백에서 천만원 내외의 학비를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르바이트 수입이 는다고 보조금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짝 벌어 바짝 공부하고 학점을 올려 취업'하는 전략을 짤 수 없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저소득층 채용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대학에 진학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려는 저소득층은 이미 생활고로 학업에 충실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이를 해소해주지 않으면 '가난의 되물림'은 숙명이 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사회구조는 사회 전체적으로도 불안요인이라는 인식에 따라 최근 10대 그룹을 비롯한 기업들이 '저소득층' 취업 확대에 나서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허성호 한국사회문화심리학회 간사(심리학 박사)는 "미국의 경우 소수 인종이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불균형과 불공정 부분에 대한 완충장치를 통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간사는 이런 측면에서 저소득층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이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중간 단계에서 갈등의 완충제로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국사회 양극화 문제의 핵심은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몰락하는 계층 파괴에 영향이 크다"며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느끼고 내가 손해 본다는 생각을 저소득층이 하게 되면 이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계적으로는 저소득층 채용과 지원 등을 통해 계층간의 위화감을 없애는 한편, 물질적 가치보다는 삶의 진정한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는 교육과 의식변화가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B 대기업의 한 임원은 "일본보다 국가 부도 위험이 낮고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는 등 국가적인 경제 분위기는 좋아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잠재돼 있는 계층간 갈등요인을 해소하지 않고는 장기적인 성장이 힘들어 기업들이 저소득층 채용확대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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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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