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ife]SUV 공간 활용성 살리고 세단의 정중함도 유지해

자동차 세그먼트(차급)의 융합은 경기불황이 만들어낸 풍속도 중 하나다. 다양한 차급의 장점을 하나로 묶어낸 차량 한 대를 소유하는 편이 차 두 대를 운용하는 것보다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융합을 제대로 못해 이도저도 아닌 모델이 탄생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최근 한국토요타가 출시한 '벤자'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세단의 장점을 동시에 녹여낸 모델이다. 벤자의 융합은 성공적일까? 이 차를 직접 타봤다.
정면에서 바라본 첫 인상은 세단에 가깝다. 프론트 그릴과 범퍼로 구성된 전면부는 두툼한 느낌을 주지만 전면 유리창은 낮게 누워 있어 전반적으로 껑충한 SUV보다는 세단과 같은 안정적이고 정중한 이미지다. 날이 선 LED 헤드램프도 날렵한 느낌을 더하는 요소다.
측면 실루엣은 SUV와 세단이 정확히 반반 섞인 인상이다. 휠에서 루프까지의 간격은 세단보다는 SUV같이 확실히 높지만 전후 휀더를 스포츠 세단처럼 우람하게 키워놔 세단같은 분위기도 지울 수 없다. C필러(차량 뒷유리와 옆유리 사이 차체와 지붕을 연결하는 기둥)부터 트렁크까지의 라인도 가파르게 떨어져 SUV의 느낌을 중화시킨다.
벤자의 전장, 전폭, 전고는 각기 4800mm, 1910mm, 1610mm로 현대차 싼타페보다 길이는 110mm 길고 폭은 30mm 넓으며 높이는 약 70mm 낮다. 반면 현대차 쏘나타에 비해 길이는 20mm 짧고 폭은 75mm넓으며 전고는 140mm 높다.
SUV의 장점을 녹여낸 만큼 실내 공간은 확실히 넉넉하다. 5인용 좌석 어디에 앉아도 머리 공간이 충분하다. 일반 SUV보다 전고가 낮지만 실내공간 확보를 위해 차체 바닥 높이도 낮췄다. 뒷좌석 무릎 공간도 여느 중형 세단과 SUV 만큼 충분히 남는다. 트렁크 공간은 일반 SUV보다 낮은 전고 탓에 세단보다 조금 클 정도다. 유모차를 접지 않고 넣을 수 있는 수준. 하지만 뒷좌석을 폴딩하면 SUV 못잖은 공간이 생긴다.
시동을 걸면 토요타 특유의 정숙성이 느껴진다. 소음과 진동이 확실히 작다. 시승한 모델에는 최고출력 272마력의 힘을 내는 6기통 3.5리터 엔진이 탑재됐다. 6기통 엔진 특유의 낮고 부드러운 소리가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들린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시속 150km까지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속도가 올라간다. 배기량 3.5리터 엔진치고 날카롭게 치고 나가는 맛은 없지만 정숙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꾸준한 가속에 변속의 세팅을 맞춘 듯했다. 시속 150km 이상에서 풍절음이 다소 크게 들리는 부분은 거슬리는 대목인데, 두 세그먼트를 섞다보니 나타난 단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