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일자리 창출 교과서 vs 규제 현주소"

파주 "일자리 창출 교과서 vs 규제 현주소"

파주(경기)=서명훈 기자
2013.06.12 08:28

[창간기획:세계는 일자리 전쟁, 우리는…]<1부-2-3>제2,3 파주 나와야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전경./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전경./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파주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규제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걸 동시에 보여 줍니다.”

2003년부터 경기도 파주 디스플레이 산업단지 조성 과정을 지켜본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언뜻 성공과 실패 모두를 대표하는 사례라는 지적 자체가 모순이지만 그 과정을 되짚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 MOU체결서 실시계획 승인까지 380일만에 OK

LG그룹이 파주시와 디스플레이 산업단지 조성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2003년 2월. 본격 공사는 이듬해 3월부터 시작됐다. 실타래처럼 얽혀있던 각종 규제에도 불과하고 1년15일 만에 모든 인허가를 다 받았다.

기업들이 조그만 공장 하나를 지으려 해도 인허가에 2년 이상이 걸리는 것은 기본. 총 4.5㎢(136만평)에 이르는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산업단지가 '단 380일' 만에 공사에 들어간 것은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기적의 원동력은 정부와 지자체의 헌신적인 노력. 당시 정부는 MOU체결과 동시에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을 반장으로 국방부와 환경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등 15개 부처가 참여하는 정부종합지원반을 구성했다. 경기도와 파주시 역시 파주 디스플레이 산업단지를 전담하는 비상대책반(TF)을 꾸려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당시 일화는 정부와 지자체가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당시 부지에 묘소가 총 491개가 있었는데 경기도에서 10개 대책팀을 만들고 전담 공무원까지 배치해서 이장을 설득했다”며 “한 겨울 부지 공사장에서 문화재가 발견돼 6개월 정도 공사지연이 불가피했지만 대형텐트를 세우고 온풍기로 언 땅을 녹여가며 문화재 발굴을 끝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 규제 실타래 산 넘어 산

파주 디스플레이 산업단지 조성 과정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우리 규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2003년 당시 한국 경제 상황은 내수경기가 급격하게 침체되고 성장률 전망치도 2%대로 떨어져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 등 시설투자를 허용키로 했다. 파주 디스플레이 산업단지가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원칙은 시설투자 허용이었지만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당시 ‘공업 배치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공배법)’은 파주시를 포함한 경기 북부 수도권에 대기업 공장 신축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대기업이 외국 기업과 합작 투자할 경우 외국인 투자지분이 51% 이상인 20개 첨단 업종에 한해 2001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경기도는 청와대에 공배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했고, 2003년 7월1일부로 외국인 투자지분 50% 이상인 25개 첨단업종에 한해 2003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시설투자가 허용됐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첫 단추는 꿸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산림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산업단지 부지 가운데 8.3ha가 산림청 소유 국유림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산림법 및 산림청 보전임지전용허가 기준에 따르면 임야가 3ha 이상 편입될 경우 개발사업 협의 자체가 불가능했다. LG와 파주시 관계자들은 같은 규모의 임야를 구입해 교환하는 조건으로 산림청을 설득했고 사유지의 경우 시청 직원들이 밤낮 없이 토지 소유자들의 집 앞에서 기다리며 설득한 끝에 승낙서를 받아냈다.

재계 관계자는 “규모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공장을 지으려면 비슷한 규제 적용을 받게 된다”며 “파주도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규모 기업들이 국내에 공장을 지으려면 얼마나 힘들겠냐”고 반문했다.

◇ 디스플레이 산업단지, 10년만에 일자리 3만개 창출

디스플레이 산업단지가 완공되자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LG그룹은 이곳에 총 18조원을 투자했고 2006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덕분에 생긴 일자리는 2006년 4580개에서 지난해 총 3만개까지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대만의 반도체업체 ASE코리아, 일본 액정표시장치(LCD)업체 EGkr 등 5개 외국 기업에서 총 1조8670억원을 투자했다.

파주시 인구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6년 29만2700명에서 지난해에는 40만명에 육박했다. 지난 5년간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가장 높은 인구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지역내총생산(GRDP) 역시 파주시가 경기도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규제의 늪을 극복하고 공업단지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질 때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역도 잘 살게 된다. 파주 디스플레이단지 같은 성공사례가 많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파주 디스플레이 산업단지 개요.
파주 디스플레이 산업단지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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