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산업이야기<11>]영화속 단골소재 현실에선…
# 2011년 9월. 중국 광둥성의 한 호텔에서 20명의 탑승객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19층에서 1층까지 추락했다. 사고가 난 엘리베이터의 정원은 13명. 규정된 인원을 한참 초과한 탓에 엘리베이터가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액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형 사고였다.
탑승객 전원이 골절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다행인 건 사망자가 없었다는 사실. 당시 중국 언론은 한 탑승객의 말을 빌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뒤 갑자기 두 번 정도 쇠줄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난 뒤 추락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는 웬만한 재난 영화에는 한 번씩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탑승객을 태운 엘리베이터의 로프가 빠르게 풀리면서 승강로를 통해 엄청난 속도로 하강한다. 공포에 질린 탑승객의 표정이 클로즈업되고 엘리베이터 안은 이내 암흑으로 변한다. 장면이 바뀌고 커다란 굉음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지상으로 떨어지고···. 이어지는 장면은 '안 봐도 비디오'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런 사고 장면을 떠올리며 불안과 공포를 경험해보지 않은 이가 몇이나 될까. 하지만 이런 대재앙은 영화 속 극적 재미를 살리기 위한 과장법일 뿐이다.
현실에선 엘리베이터가 자유낙하 상태로 땅과 추돌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엘리베이터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 쉽다.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타는 부분인 '카'와 반대편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균형추가 로프로 연결돼 서로 반대방향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움직인다. 로프를 인위적으로 끊거나 폭파하는 경우를 빼면 추락할 확률은 적다.

백번 양보해 로프가 끊어졌다고 가정하자. 그래도 엘리베이터가 빠른 속도로 추락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비상시 수십 가지의 엘리베이터 안전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로프가 끊어져 '카'가 정해진 속도보다 30% 이상 상승하면 전원장치가 작동돼 전원이 차단된다. 40% 이상 속도가 빨라지면 가이드레일을 직접 물어 정지시키는 비상정지장치가 작동한다.
카가 자유낙하 한다손 치더라도 최하층엔 충격흡수용 버퍼(스프링 등)가 있어 충격을 줄인다. 중국에서 발생한 엘리베이터 사고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당시 추락하던 엘리베이터는 8층에서 1초 정도 멈춰 있다 다시 미끄러져 1층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아찔한 엘리베이터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 해 2월 서울 강남의 고층 빌딩에서 17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모터 고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곤두박질치던 엘리베이터는 다행스럽게도 안전장치 덕에 14층에서 멈춰 섰다. 당시 탑승객은 허리와 다리를 다쳤지만 큰 부상은 피했다.
독자들의 PICK!
엘리베이터 업계 관계자는 "엘리베이터는 고층을 오르내리는 수직 운송 수단이기 때문에 100%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도 "철저한 안전테스트를 거치고 다양한 안전장치를 두기 때문에 자동차 등의 운송수단과 비교했을 때 엘리베이터가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옛 개그 유행어를 빌자면 '영화는 영화일 뿐 오해하지 말자'는 얘기다.
혹여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상황에선 어떻게 대처하는 게 안전할까. 영화처럼 빠른 속도로 자유낙하 한다면 '백약이 무효'하다. 영화처럼 추락까지는 아니어도 미끄러짐(slip)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머리와 허리, 무릎관절을 보호하는 자세를 취하는 게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구석에서 손잡이를 잡고 반기마자세를 취한 후 머리는 살짝 숙여 충격에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승강기 사고는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고 자체가 없도록 엘리베이터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