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활동 포함된 매출, GDP와 비교대상 안돼… 중소기업은 'GDP 96%' 계산 나와
병을 치료하는 데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요즘은 고가의 의료장비를 동원해 몸속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찾는 것이 의사의 능력으로 통한다.
왼쪽 콩팥에 문제가 있는데, 엑스선(X-선) 필름을 뒤집어 놓고는 멀쩡한 오른쪽 콩팥을 잘라내는 우를 범할 수 있어 진단은 치료에 앞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13일 CEO스코어와 재벌닷컴이라는 두 재계분석 사이트에서 경쟁적으로 내놓은 통계자료를 놓고, '엑스선 필름을 뒤집어 읽는 양태'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 전달에 있어서 기본적인 팩트를 잘못 해석해 국민들에게 오인하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GDP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6%?='삼성·현대차 그룹 매출, 한국경제 볼륨 3분의 1이상'이라는 자료를 인용해,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매출액을 합하면 국내총생산(GDP)의 35%가 돼 '한국경제의 1/3을 차지하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 또 양 그룹의 영업이익이 국내 기업 전체 이익의 30%를 넘어섰다는 '오버(Over)'도 했다.
한국 기업의 국내외 생산 활동을 포함한 전체 매출을, 국내에서 생산 활동(순수출+내수+투자+정부지출)을 통해 발생된 부가가치의 총계(GDP)로 나누는 '이상한' 셈법을 동원했다.
이런 셈법으로 계산하면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GDP의 35%를 차지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더 이상한 것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국내총생산(GDP)의 96%를 차지한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2012년 우리나라 GDP(IMF 기준)는 약 1233조 3100억원(1조1635억 달러, 원달러 환율 1060원 기준)이다. 같은 해 우리 중소기업 총매출(국내 매출 기준)은 1188조 9346억원(한국은행 2012년 기업경영분석 통계)이다.
이를 계산하면 GDP 대비 중소기업의 매출은 96%가 된다. 이같은 논리대로 라면 '중소기업이 한국 경제의 96%를 독점한다'는 식의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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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012년 국세청 법인세신고 기업 50만 3104개 중에서 46만 4425개를 조사한 결과 국내 전 산업의 매출은 3450조 764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GDP의 2.8배다. 매출과 GDP를 단순 비교해 삼성-현대차 그룹의 매출이 GDP의 1/3 이상인 35%를 차지한다는 왜곡된 데이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2012년 국내 전체 법인(공정거래위원회 기준 48만 6000개)이 거둔 매출 4212조원 중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전체의 11.3%인 476조 8000억원 올렸다. 이 매출 통계도 기업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얼추 사실에 가까운 통계다.
실제 삼성과 현대차 그룹의 2012년 매출(양사 공식 통계)은 각각 380조원과 164조원으로 총 544조원이다. 공정위 자료의 476조 8000억원과는 67조원이 차이난다.
해외법인을 포함한 연결기준 재무제표(양사 통계)와 국내 사업 중심의 개별기준 재무제표(공정위 통계) 사이에서 오는 차이다.
◇삼성-현대차 그룹 매출 비중은 11% 가량=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할 때 정확한 통계 근거가 없다면, 국내 전체 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 가량 된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또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국내 전체 기업이익의 30%를 차지한다는 논리도 억지에 가깝다. 삼성과 현대차 그룹 외에 다른 기업들이 이익을 높이지 못하면, 국내 기업 전체 이익의 100%를 훨씬 넘어설 수도 있는 통계의 함정이 있다. 두 그룹만 잘해서 될 일이 아니라, 국내 기업 전체적으로 동반상승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통계(개별기업 기준)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전산업의 영업이익률은 4.11%다. 이 가운데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5.13%, 비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3.05%다.
삼성전자(167,800원 ▲2,000 +1.21%)나현대자동차(509,000원 ▲28,500 +5.93%)같은 제조업보다 비제조업의 이익률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국가 전체적인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그룹이 매출의 70~90% 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여 상대적으로 다른 기업들보다 이익이 많은 것을 두고, 국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경쟁력 집중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삼성이나 현대차 그룹이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위 '단군 이래'로 이 두 기업만큼 전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 기업도 없다는 소리들도 들린다.
고교 평준화를 하듯이 '공부 잘하는 학생'을 억눌러 평균을 낮출 것이 아니라, 전체 평균을 높일 수 있는 대표선수를 키우는 것이 지금 한국이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