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삼성 無파벌과 대한빙상연맹

[우리가보는세상]삼성 無파벌과 대한빙상연맹

서명훈 기자
2014.03.02 16:43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이번에 승진한 ○○○ 부장은 어디 출신인가요?" "글쎄요, 고향은 경상도 같은데 학교는 잘…."

지난달 28일 삼성그룹의 임원 이하 직원들의 인사가 발표됐다. 호기심이 발동해 평소 알고 지낸 삼성 직원들에게 승진한 사람들의 면면을 물어봤을 때 돌아온 답이다. 같은 부서에서 수 년째 함께 일하지만 고향도, 출신학교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기업의 경우 굳이 인사담당자가 아니더라도 같은 부서에서 1~2년 정도 일하면 출신학교나 고향 정도는 알기 마련이다.

삼성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심지어 외부인들이 직장 동료가 학교 선후배라는 걸 알려줘서 그제야 아는 경우도 다반사다. 학연이나 지연 등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보기드문 문화다.

물론 아무런 노력 없이 이런 문화가 정착된 것은 아니다. 삼성 내부에서는 동기모임과 부서 회식 외에는 사적인 모임이 금기시된다. 신입사원들도 이런 문화에서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학연이나 지연 등은 잊힌 존재가 된다.

경영학자들 가운데는 파벌이 아닌 성과로만 평가하는 문화가 오늘날 삼성을 만들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굳이 전문가의 진단이 아니더라도 파벌의 폐해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소치 동계올림픽이 대표적인 예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단 1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고 '파벌'을 피해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 선수는 3관왕에 올랐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최초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남자 쇼트트랙의 몰락을 전 국민이 확인했다.

어떤 선수가 파벌의 수혜를 입었는지, 반대로 누가 파벌의 희생양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가릴 일이다. 다만 학연에 사로잡힌 파벌싸움이 세계 최강 남자 쇼트트랙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이다.

대한빙상연맹이 이번에 제대로 된 '쓴 약'을 먹었으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고 싶다. 특히 대한빙상연맹을 이끄는 김재열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물론 2011년 3월 대한빙상연맹 회장에 공식 취임한 탓에 이번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노메달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다만 안현수 선수의 귀화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귀화한 시점이 비록 2011년이지만 귀화를 결정한 사건들은 취임 전의 일이다.

김 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둘째사위이자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맡고 있다. 2002년부터 삼성에 몸담으면서 그 누구보다 파벌 없는 삼성의 문화를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혹시 모른다 하더라도 주위에 조언을 구할 사람은 얼마든지 많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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