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가 자동차 만든다고?"

"삼성·LG가 자동차 만든다고?"

서명훈 기자
2014.03.31 06:30

[우리가 보는 세상] 잇단 추측에도 부인, 속내는…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2013년 한국지엠이 공개한 쉐보레 전기차 '스파크 EV'.
2013년 한국지엠이 공개한 쉐보레 전기차 '스파크 EV'.

“삼성과 LG가 언젠가는 자동차를 직접 만들지 않을까요?” 요즘 전자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질문이 자주 오간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한다’는 쪽에 베팅을 한다. 심지어 관련 내용이 바로 기사화 되거나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보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삼성과 LG에서는 이런 보도들에 대해서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지 쉽게 이해가 된다.

먼저 이런 추측은 아주 그럴 듯하다. 미래 자동차는 자동으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스마트카가 될 것이고 연료가 아닌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자동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스마트카의 핵심 기술은 이동통신과 IT다 보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여기에 전기차의 핵심인 전기모터와 배터리, 배터리 제어시스템은 다른 계열사에서 이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전기와 삼성SDI, LG그룹에서는 LG이노텍과 LG화학이 대표 주자들이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자동차 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추측을 뒷받침해 준다. 이 부회장은 토요타와 폭스바겐, GM, BMW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고 구 부회장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자동차 부품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뒤를 이를 차세대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는 전자업계 입장에서도 자동차는 매력적이다.

그런데 이런 추측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하나 있다. 자동차는 바로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는 산업이어서 진입장벽이 아주 높다는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 부품 하나를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려면 최소 4~5년 정도의 신뢰성 테스트를 거치는 것이 기본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10년 이상 내구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군용물자에 준하는 가혹조건을 만족해야 해 삼성과 LG가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바로 자동차에 쓸 수 없다는 얘기다.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회사 사이에 오랜 유대관계가 형성돼 있거나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완성차 업체의 계열사에서 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고 세계 2위 부품업체인 덴소는 토요타자동차 계열이다. GM과 포드는 비록 지금은 계열 분리가 됐지만 델파이나 비스테온에서 절반 가까운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기존 거래 관계에 있던 부품업체들도 배터리 정도를 제외하면 전기차와 스마트카 시대를 대비해 부품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이들보다 더 뛰어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없다면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게 쉽지 않다.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 봐도 삼성과 LG가 완성차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냥 부품만 생산하더라도 완성차에 납품을 장담할 수 없는데 경쟁제품까지 생산한다고 하면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토요타가 가급적 현대모비스 부품을 쓰지 않고 반대로 현대차가 덴소 부품을 쓰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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