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어렵게 노사안정을 이뤘는데 통상임금으로 인해 노사 모두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올해 노사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큽니다."(조선사 임원)
"글로벌 경기침체로 힘들게 버티는 상황에서 통상임금이라는 악재가 더해져 경영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철강업계 관계자)
지난해 통상임금을 놓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자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이런 '교통정리'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기업이 통상임금 설정을 두고 전전긍긍한다.
기업들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아예 노사자율에 맡기지도, 법령에 명확히 규정하지도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지속된다고 지적한다. 실제 대한상의가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통상임금 대응방안을 조사한 결과 노사 대화로 이 문제가 원활히 풀릴 것이라고 답한 곳은 20.7%에 불과했다.
자동차를 비롯해 조선·철강 등 제조업체들의 경우 임금체계를 개편하면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이들 사업장에선 연장근로와 휴일근로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선진국들처럼 노사 당사자가 통상임금 범위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거나 법령에 통상임금 제외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통상임금 관련 분쟁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임금 법리해석에 대한 의견 차이가 예상보다 크다"며 "생산차질이나 파업대란을 우려하는 기업도 적잖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 역시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이달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단계적으로 52시간까지 줄어든다.
당장 산업현장에선 근로시간 단축으로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R&D(연구·개발)와 사무직 등 직군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생산직 위주로 법 개정 작업이 진행되는 데 따른 우려다.
독자들의 PICK!
재계 관계자는 "R&D인력의 경우 프로젝트에 따라 수개월씩 집중적으로 일하고 한동안 쉬는 사례가 많은데 법이 개정되면 이 같은 근무방식이 불가능해져 기술개발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기업 현실을 고려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사관계법 개정에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