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일곱살 아들이 가르쳐준 교훈

[우리가 보는 세상]일곱살 아들이 가르쳐준 교훈

서명훈 기자
2014.05.15 06:41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일본은 나쁜 나라야? 아님 좋은 나라야? 북한은 우리 편이야 나쁜 편이야?"

일곱살 된 아들이 최근 던진 질문이다. 아마도 할아버지가 틀어놓은 방송 뉴스에서 일본 아베 총리의 거듭된 신사참배와 이를 비판하는 보도를 들은 모양이다. 북한 질문은 최근 유치원에서 6·25를 다룬 수업 때문일 거라 짐작된다.

퇴근 후 피곤에 못 이겨 아주 간단하게 답을 해줬다. "그래 둘 다 나쁜 나라야."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아들은 "아빠, 그럼 OOO이랑 놀면 안 되는 거야?"라고 묻는 게 아닌가. 아차 싶었다. 아들은 지금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친구와 같은 반이다. 매일 같은 곳에서 유치원 버스를 타는 탓에 나도 언젠가 그 아이와 어머니를 본 적이 있다.

그제서야 너무나 성급한 일반화에다 흑백논리로 가득 찬 오답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 주지 않으면 친구를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잠이 확 달아났다. 과거 임진왜란과 8·15광복 이전 식민지 시대 얘기, 신사참배가 왜 나쁜 건지까지 장황한 설명이 이어졌다. 아들은 그냥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즐거워했고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눈빛이었다.

한참을 궁리한 끝에 "과거 일본은 나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쁜 나라가 아니야. 그리고 일부 정치인이 나쁜 거지 대부분 일본사람은 착해"라고 정리를 해줬다. 물론 이 답에도 어느 정도 일반화의 오류가 숨어 있지만 더 이상 잘 설명해줄 방법을 못 찾겠다. 다만 최소한 일본에 대한 편견은 갖지 않았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북한은 더 해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얼굴 생김새도 비슷하고 같은 말을 쓰지만 지금의 모습은 너무 다르다. 6·25전쟁의 상처도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까닭이다.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착하고 언젠가 통일이 되면 함께 살게 될 거야. 일부 지도자가 잘못해서 그런 거니까 미워하면 안 된다"는 선에서 이해를 구했다.

어쩌면 '빨리빨리'가 일상화된 우리 문화와 너무 많은 정보가 우리에게 일반화를 강요하는지도 모른다. 대부분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고 전부를 알아낼 여유가 없다. 우리 편인지 혹은 나쁜 편인지를 정해놓는 것이 상황을 빨리 판단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난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무원과 해양경찰은 모두 '나쁜 편'이 돼 있다.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이나 사고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해양경찰보다 더 많은 '우리 편'이 그 속에 존재한다.

중소기업의 밥그릇을 뺏는 대기업도 있겠지만 기술을 전수하고 자금까지 지원하는 대기업도 공존한다. 잘못에 대해서는 비난을 해야겠지만 어린이집을 기증하고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서 도움을 주는 선행까지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모두를 싸잡아서 비난하면 속은 후련해진다. 하지만 우리 아들처럼 우리 편이 될 수도 있는 친구를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한 번만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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