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한가위 청량한 공기처럼 산뜻한 연휴 되세요. 옵토레인 이도영 드림."
지난 추석 연휴 때 받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다. 이름은 익숙한데 소속은 영 낯설다. 그는 국내 이미지센서 분야를 대표하는 팹리스(fabless) 반도체 회사인 실리콘화일 창업자다.
실리콘화일은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 미국 앱티나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한 이미지센서 분야에 2002년 진출한 이후 승승장구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에 들어가 디지털필름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실리콘화일은 2008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2013년 매출액은 1320억원에 달했다.
실리콘화일은 이후 SK하이닉스를 최대주주로 맞았고,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100% 자회사가 되면서 코스닥 상장이 폐지됐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인 이도영 전 대표는 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최근 다른 업체로 이동해 경영 활동을 재개했다.
오디오반도체에 주력하는 팹리스 업체네오피델리티(1,541원 ▲31 +2.05%)역시 창업자인 이덕수 전 대표가 지난달 28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전 대표는 보유 지분 203만3690주(24.197%) 전량 및 경영권을 최근 티알인베스트먼트 측에 매각했다. 이 전 대표는 현재 소형가전업체 창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창업자의 잇단 퇴장은 최근 국내 팹리스 업계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팹리스 회사들은 반도체 생산은 외주에 맡기고 개발만을 전문으로 한다. 세계 최대 무선통신용 반도체 기업인 미국 퀄컴이 대표적이다.
국내 팹리스 회사들은 한 가지 반도체 분야에 집중한 결과, 상당수 기업들이 코스닥에 진입하는 등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적이 정체되거나 역성장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네오피델리티는 코스닥에 상장된 해인 2009년 512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이후 매년 실적이 400억∼500억원 수준에서 정체돼왔다. 디지털오디오앰프칩이라는 단일 제품군에만 의존한 탓이다. 실리콘화일은 이도영 전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난 후인 지난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7% 감소한 528억원에 머물며 역성장했다.
국내 팹리스 회사들은 한 때 우리나라에서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뒤쳐진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갈 첨병으로 주목을 받았다.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장이 3배 이상 큰 시스템반도체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해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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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단일 반도체 제품군 및 한정된 거래처 등으로 최근 성장한계에 부딪히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팹리스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적 차원의 지원도 미미한 상황이다. 두 팹리스 창업자의 퇴장이 씁쓸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