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마감 임박에도 '신중 또 신중'…17일 마감 직전까지 저울질 분석도
"내가 관여하지 않는데요. 회사에서 알아서 잘 하겠죠."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
"잘 모르겠습니다."(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
지난 15일 월요일 새벽 6시30분 쯤 서초사옥으로 출근하던 삼성그룹의 최고위 수뇌부들은 일제히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입찰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손을 저으며 말을 아꼈다.
그나마 '삼성의 입'인 이준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이 "주초에 (참여 여부가) 결정 나지 않겠나. 재무적 검토를 할 것이다" 정도의 원론적 얘기만 했을 뿐이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실무진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한 미래전략실 부장은 입찰 마감을 하루 앞둔 16일까지 "정말 아직까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삼성 내부에서도 '정중동'(靜中動)으로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은 지난달 29일 매각 공고 당시 "내용을 검토한 뒤 참여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멘트를 한 뒤 여전히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입찰 의사를 부인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일단 참여는 하는 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입찰마감은 17일 오후4시. 감정평가액 3조 3346억원의 초대형 매머드급 매물을 사들일 여력이 있는 후보군으로 재계 1~2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꼽힌다.
그런데 삼성은 '필승'을 다짐하며 적극 나서고 있는 현대차와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그렇다면 이런 중요 이슈에 삼성은 왜 이렇게 침묵하며 뜸을 들이고 있는 걸까. 먼저 재계에선 이게 '삼성스타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원래 인수전이나 입찰에 앞서 결정 직전까지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물밑 작업을 하다 확정이 되면 거침없이 밀어 붙이는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괜히 경쟁자와 과열 양상을 보이다가 가격만 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한 실리주의다. 또 워낙 명분을 중시하는 그룹 특성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독자들의 PICK!
평시와 달리 변수도 생겼다. 지난 5월부터 삼성그룹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장기 입원에 들어가면서 수조원대의 초대형 사업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공세로 그룹의 기둥격인 삼성전자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미래 신사업 투자가 아닌 '부동산 투자'가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리 참여할 계열사의 이사회를 끝낸 후 오는 17일 오후 입찰 마감 직전 공식 발표를 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