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출신 인피니티 '올해의 판매왕' 박현종 팀장

"시합에 나갈 때는 항상 상대방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상대가 어디가 약하고 어떤 게 강점인지 알아야 이길 수 있어요. 그리고 절대 지지 않을 거라고 마음속으로 되뇝니다. 자동차를 팔 때도 마찬가지예요. 상대방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이 손님을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임합니다."
지난해 인피니티코리아 딜러 영업사원 가운데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해 '판매왕'에 오른 박현종 인피니티 서초전시장 팀장(36)은 아시안게임 복싱 동메달리스트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박춘하 전 복싱 밴터급 동양챔피언의 아들로, 아버지가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중학교 1학년때 운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인 1998년부터 5년 연속 전국체전 라이트급 금메달을 땄고, 한국체대 2학년 때인 1998년에는 방콕 아시안게임에 나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학 졸업 후 프로로 전향하는 대신 2006년 인피니티에 입사해 9년 만에 영업사원으로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박 팀장을 지난 21일 서울 태평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작년에 판 자동차는 110대. 싸지 않은 가격의 프리미엄 자동차를 일주일에 2대꼴로 판매한 셈이다. 인피티니 영업사원들의 한달 평균 판매량은 3대 정도다.
'판매왕'까지 한 영업사원이라면 말주변이 뛰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표현력도 썩 뛰어나지 않고, 말투도 어눌한 게 의외였다.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영업'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제가 말을 잘 못해서 처음 수입차 영업사원을 지원했을 때 여러 번 떨어졌어요. 수입차 전시장에 무작정 이력서를 들고 찾아갔을 때 문전박대도 여러 번 당했습니다."

인피니티도 처음 지원에서는 불합격했다. 낙방한지 한 달 만에 인피니티 강남전시장 다시 이력서를 갖고 가자 "석달 동안 퍼포먼스를 한번 보자"라는 조건부로 합격이 됐다. 3개월 동안 그는 신입 영업사원으로는 놀라운 10대의 계약 실적을 냈고, 정식 영업사원이 된다.
그는 새벽 동대문 시장에 나가 하루 종일 전단지를 돌리고 명함을 나눠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대학 때는 아침마다 운동장을 30바퀴, 12km 정도 돈 뒤에 하루를 시작했어요. 힘들 때면 '몸으로 할 때도 버텨냈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마음을 갖습니다."
독자들의 PICK!
부지런히 발품을 파니 차차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다가 아니다. 10명한테서 연락이 오면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1명이 될까 말까 한다. 말주변이 없다보니 차 얘기만 하는 것으로 차를 팔기가 쉽지 않았다. 그가 택한 방법은 차 얘기가 아닌 고객과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얘기였다. 소소한 얘기를 하다 보니 고객과 공감대가 형성되고 신뢰가 쌓여갔다.
"자주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어떤 얘기를 하면 공감할 수 있을지 감이 오더라구요."
한 번은 60대 여성이 전시장을 찾아왔다. 그를 맞아 박 팀장이 한 얘기는 딱 한마디였다. "피부가 정말 좋으십니다." 이후 이 여성 고객은 물론 그의 남편, 며느리까지 총 3대를 인피니티를 사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또 한번은 계약서까지 다 작성한 고객이 등록 직전에 다른 전시장의 딜러에게 차값을 알아보고 "1만5000원이 더 비싸다"며 깎아주지 않으면 해약하겠다고 했다. 지갑에서 1만5000원을 꺼내서 고객에게 줄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계약을 해지했다.
"1만5000원 때문에 해약하겠다고 한 것은 저를 믿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차를 사간 이후에도 사후 관리를 위해 영업사원과 고객의 관계가 중요한데 만약 저한테 신뢰가 없다면 나중에도 불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신뢰의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일도 있다. '인피니티'라는 브랜드 자체를 모르는 노부부가 '그냥 지나가다' 전시장을 한번 들렀다. 벤츠 E클래스를 계약하고 온 터였다. 박 팀장한테 몇 분 설명을 듣더니 벤츠 계약을 취소하고 인피니티 Q50을 사갔다고 한다. "'박 팀장 때문에 산다'라는 말을 고객이 하셨는데, 제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기분이 좋은 말이었습니다."
'내가 이 차를 제일 좋은 차라고 생각해야 고객도 설득시킬 수 있다.' 박 팀장의 철칙이다. 그래서 지난해 2월 인피니티 Q50이 국내에 출시됐을 때 가장 먼저 자신이 그 차를 샀고, 자신이 '고객'으로서 만족했다. "내가 파는 차가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고객에게 다가가지 못해요."
그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지난해 처음으로 '판매왕'이 됐는데, 올해 2년 연속 판매왕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 9년이 걸렸습니다. 정말 되고싶었던 판매왕입니다. 그리고 꼭 인피니티에서 은퇴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