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메르스와 반도체, 공통점은?

[기자수첩]메르스와 반도체, 공통점은?

강경래 기자
2015.06.23 03:21

"한국 반도체 업계에 중국 자본 유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피델릭스(966원 ▲116 +13.65%)가 지난달 중국 업체에 매각된 직후 만난 국내 팹리스 반도체 업체 대표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반도체 업체 피델릭스는 당시 중국 동심반도체에 지분 25.3%와 함께 경영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가 한 말은 불과 한달여 만에 현실이 됐다. 피델릭스에 이어제주반도체(44,750원 ▲7,900 +21.44%)가 22일 중국 영개투자와 지분 15.55%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 영개투자는 제주반도체의 유상증자에도 참여, 지분을 53.54%까지 늘릴 계획이다.

물론 자본주의에서 국내 업체가 해외로 매각되는 일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이번에 매각된 업체들이 중국 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에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이는 최근 중국의 움직임과 연관지어볼 때 가볍게 지나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자국 내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총 1200억위안(약 21조원)에 달하는 국부펀드를 조성하고 펀드 자금을 투입할 중국 업체들을 선정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업계에서 이미 검증된 한국 업체들을 인수할 경우, 정부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한국 업체들이 중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에 매각된 한국 업체들은 공교롭게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 자본이 한국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하고 인력 등 자원을 흡수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메모리를 포함한 한국 반도체산업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실제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비오이(BOE)는 과거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액정표시장치(LCD)업체 하이디스를 인수한 후 현재 이 분야 세계 5위 업체로 성장한 전례가 있다. 이 업체는 최근 메모리반도체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중동호흡기질환(메르스)의 국내 확산은 메르스 감염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당초 호미로 막을 수 있던 일을 굴삭기로 막고 있는 셈이다. 한국 수출을 지탱하는 반도체산업. 이 역시 중국 자금 유입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로 나중에 굴삭기까지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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