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자신 참담한 심정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23일 오전 11시 정각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색 정장 차림으로 양손의 주먹을 쥔 채 입장한 이 부회장은 굳은 표정이었다. 단상에 선 이 부회장은 준비한 발표문을 차분하게 읽기 시작했다.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과거 삼성의 행보를 아는 이들에게 이 같은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삼성의 '1인자'가 공개적으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것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 부회장의 47번째 생일이었다. 자신의 생일날 이 부회장은 전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용서를 구했다.
삼성 그룹의 리더로서 대중 앞에서 원치 않는 모습의 첫 신고식이었지만, 이 부회장의 이날 사과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누구에게도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리더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가 첫번째 긍정적인 평가의 요소였다. 또한 책임 소재에 그치지 않고, 끝까지 치료에 책임을 지겠다는 문제해결 의지가 엿보였다.
이 부회장이 유족과 환자 가족들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과, 여러 실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격려를 당부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에서 방송을 시청하던 시청자들도 고개를 끄떡였다.
기자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바로 앞에서 지켜봤다. 발표 중간부터 이 부회장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늘 자신감이 넘쳤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보는 입장에서 아슬아슬했다.
사과문 발표를 마치고 돌아서는 그의 눈빛을 봤다. 오직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사태를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결연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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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 개인적으로는 '최악의 생일'을 보냈지만, 이날의 사과가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