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치킨게임' 속 해운업계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때

[기자수첩]'치킨게임' 속 해운업계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때

박상빈 기자
2015.06.30 15:51

"1분기 비수기는 잘 선방했는데 유럽 운임이 너무 좋지가 않네요. 초대형 선박을 앞세운 해외 대형선사들의 가격경쟁이 심합니다." 최근 해운업 종사자들이 말하는 업계 상황이다.

국내 주요 선사들이 해운업계 비수기인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후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해운업계는 흔히 1분기를 비수기로 보낸 뒤 2분기부터 시황이 나아져 3분기 최고 성수기를 맞게 되는데 올해는 유럽 노선 컨테이너선 운임이 계속해 저조했다.

상하이-유럽 노선의 평균 운임은 1~2분기 꾸준히 하락하더니 지난 19~25일 1TEU(20피트 컨테이너)당 205달러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초 1200달러를 넘었던 운임이 6분의 1토막이 됐었다. 지난 26일 운임이 1TEU당 548달러로 급등했지만 1분기 성과가 2분기 저운임에 상쇄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노선의 운임 하락은 머스크, MSC, CMA 등 세계 최대 해운사들이 이끄는 가격경쟁 탓이 크다. 이 업체들은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들을 앞세워 가격경쟁을 주도해 왔다. 규모의 경제와 운영 효율화는 마치 중소 해운사들의 퇴출을 바라는 치킨게임의 양상을 보여 왔다.

이 업체들은 또 세계 최대 조선사들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에 잇따라 초대형 선박을 발주하며 더 치열해질 가격경쟁을 예고한다. 조선업계는 웃지만 해운업계는 표정이 울상이다. 해외 해운사들은 정부 차원의 든든한 지원도 받아왔다.

세계 3위 프랑스 국적선사 CMA-CGM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 악화로 파산위기에 몰리자, 정부에서 국부펀드를 통해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고, 일본 해운업계도 장기불황일 때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 등 대량화물을 장기운송계약으로 몰아주는 형태로 정책적 지원을 했다.

그간 국내에서는 이같은 치킨게임을 무시한 채 국내 해운업계의 저조한 영업실적을 '세계적 해운업의 침체'의 결과로 단순 해석하거나 기업의 자구책 부족으로 평가한 경우가 많았다.

이 탓에 정부 차원의 전략은 거의 부재했다. 정부는 마리나항만이나 크루즈 같은 관광 산업에 주로 에너지를 쏟았다. 이 사이 해운업과 조선업은 함께 갈 수 없는 엇박자가 났다.

한국은 대외무역 의존도가 94.5%이자, 3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오가는 화물의 99.7%가 선박을 통해 운송되는 나라다. 또 해운업과 세계 1위 조선업을 연결할시 관련 산업 매출은 145조원 규모이자, 52만명을 고용하는 중요 산업이다. 반도 국가의 운명을 타고난 우리나라의 기간운송 수단인 해운업과 관련, 정부의 비전이 무엇인지 업계는 지금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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