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파워 렉스턴 W 온·오프로드 시승

대한민국 1%. 쌍용자동차 렉스턴은 2001년 처음 출시됐을 때 한국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의 자존심이라는 별칭이 전혀 빈말이 아니었다. 길이 4795mm의 큰 차체에 2900cc(디젤), 3200cc(가솔린)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등으로 국내 고급 SUV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회사의 주인이 대우자동차에서 채권단으로, 다시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바뀌는 부침을 겪었고, 렉스턴도 첨단 기술을 내 건 현대자동차 베라크루즈, 기아자동차 모하비 등에 밀려 옛 명성은 잊히는 듯 했다.
새 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지원으로 안정적 성장이 가능해진 쌍용자동차는 이제 'SUV 명가 재건'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사실상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소형 SUV '티볼리'의 성공에 이어 시도한 작업이 '렉스턴 명성 회복'이다. 지난 2일 친환경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6'를 만족하는 2200cc 디젤 엔진과 메르세데스-벤츠사에서 직수입한 7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뉴 파워 렉스턴W'를 출시한 것.
티볼리가 연료 효율성과 튀는 디자인으로 '도심형 SUV'를 표방했다면 렉스턴은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하며 '뼛속까지 SUV'를 콘셉트로 잡았다. 쌍용차가 차량 출시 후 연 첫 행사도 오프로드 시승회다. 지난 7일 산악자전거(MTB), 오프로드 자동차 마니아에게 잘 알려진 경기 가평의 칼봉산 자연휴양림 산기슭 도로에서 이뤄졌다.
가평의 한 리조트 주차장에 20여대의 렉스턴 W 신차가 도열했다. 임시 번호판을 달고 내장재 비닐도 채 뜯지 않은 새 차였다. 차의 외관, 내관은 기존 차량에서 변화가 거의 없고, 약간의 편의사양이 추가됐다. 앞부분 라디에이터 그릴에 전방 카메라가 설치되고 발광다이오드(LED) 안개등이 적용됐다. 내부 앞부분 중앙에 터치 방식의 7인치 디스플레이와, 고속 충전이 가능한 USB 충전 단자 등도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사양이다. 전체적인 외부, 내부 디자인의 느낌은 요즘 나오는 국산 SUV 답지 않게 투박하다. 라이에이터 그릴의 번쩍거리는 크롬 도금이 오히려 이질감을 줬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켜자 투박한 디자인에서 오는 선입견이 사라졌다. 디젤 차량은 시동을 켠 정지 상태에서 진동과 소음이 심한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가솔린차라도 되는 듯 부드러웠고, 떨림도 거의 없었다. 이같은 부드러움은 주행 때도 이어졌다. 칼봉산 자연휴양림까지 가는 37번, 46번 국도에서 속도를 높였다. 시속 100km를 넘나드는 주행이었지만 세단 이상으로 승차감이 정숙했다.

이번 차에 '뉴 파워'라는 수식어를 단 것은 그만큼 힘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최대 출력과 토크는 각각 178마력, 40.8kg·m로 기존 2.0 엔진 모델에 비해 14.8%, 11.2% 향상됐다. 특히 최대 토크는 1400rpm부터 2800rpm까지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구간에서 발휘된다.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의 C, E, S, GLK 클래스와 인피니티 Q50, QX70 등에 적용돼 성능이 검증된 벤츠 7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은 물론 진동과 주행 소음까지 줄여준다.
특히 콘크리트길에서도 노면 소음이 적은 게 인상적이었다. 렉스턴 W는 초강성 3중 구조 강철 프레임 방식으로 제작된 차인데, 뼈대를 하나의 틀로 찍어내는 모노코크 방식보다 내부로 소음이 덜 들어온다고 한다. 아울러 프레임 방식은 프레임 뼈대를 볼트로 연결하기 때문에 추돌, 충돌 사고 때 충격을 효율적으로 흡수한다. 아울러 사고때 정비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SUV 가운데는 렉스턴과 함께 모하비 정도가 프레임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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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의 시골길을 달리다 칼봉산 자연휴양림에 진입하면서 운전대 왼쪽에 있는 장치를 조작해 4륜구동으로 변경했다. 이곳은 일반 순정 타이어를 달고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곳 가운데 가장 난이도 높은 오프로드 주행 코스다. 차 한대가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비포장 산길에는 큼직한 바위들이 돌출돼 있고, 가운데는 풀이 자라 있었다. 폭 10m의 계곡을 건너고 40도 경사의 바위길을 치고 올라가야 했다. 초가을 자랄 대로 자란 억새가 차창을 때렸다.
하지만 차의 핸들링은 부드러웠고,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밟는 대로 차는 자유자재로 주행했다. 차는 충격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길이지만, 충격이 타이어와 프레임, 시트 등으로 분산돼 운전자와 동승자의 몸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하만카톤 그룹에서 제조한 인피니티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도 선명하게 들렸다.

내리막길에서는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HDC)를 사용했다. HDC는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는 것을 막는 장치다. 기존 차량에 장착된 HDC는 내리막길에서 시속 7km의 속도로 일정하게 내려왔지만, 뉴 파워 렉스턴W에는 브레이크와 가속페달 조작을 통해 시속 5∼30km의 범위에서 속도를 낼 수 있다. 실제로 그 때 그 때 노면의 상태나 경사에 따라 갑자기 차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 없이 차를 운전할 수 있었다.
이번 시승회 이후 이것만은 분명해졌다. 만약 전시장에서 차의 내, 외관만 보고 판단한다면 선뜻 렉스턴을 구매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차를 전시장 밖으로 끌고 나간다면, 다른 차에 눈길을 주기가 쉽지 않을 게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