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 넘는 안정감·정숙성, 항공기 1등석 수준 뒷좌석, 최첨단 '자율주행' 기능까지…

BMW M의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를 지낸 알버트 비어만이 현대차에 영입된 이후 수행한 첫 임무는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방향성을 알릴 EQ900(이큐나인헌드레드)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그는 지난 4월 한국에 온 이후 경기 성남시 판교의 자택에서 화성의 남양연구소, 서울 양재동의 현대차 사옥에 독일 고급 브랜드 '빅3'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의 플래그십 세단과 현대차의 에쿠스, 제네시스를 타고 출퇴근하며 경쟁사와 현대차의 장단점을 연구했다.
비어만의 결론은 독일 고급 브랜드 차는 역시 뛰어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도로에서는 뭔가 부족했다. 그는 출퇴근을 하면서 이전까지 평생 만나 본 것보다 더 많은 방지턱을 차로 뛰어넘어야 했다. 또 어느 나라보다 빈번하게 터널을 지나야 했다. 독일 차는 뛰어나지만 이런 한국 지형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과도한 흔들림과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어만은 EQ900 개발의 최우선 목표로 어떤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승차감과 정숙성으로 잡았다. "세계 최고의 정숙성을 확보하라"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특명'이기도 했다. 이에 현대차는 남양연구소에 방지턱과 터널 세트를 만들어 놓고 흔들림과 소음을 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 속도감을 잊을 정도의 정숙성, 독일3사보다 탁월
지난 17일 서울의 도심 도로와 올림픽대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EQ900 3.3터보 모델을 타고 시승한 결과 이런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시속 30km가 아닌 50km 가까운 속력으로 방지턱을 넘을 때도 차에 놓아 둔 물병의 물이 거의 출렁거리지 않을 정도로 흔들림이 없었다.
소음 역시 콘크리트 포장 도로가 아스팔트 포장 도로인 듯 조용했으며, 터널에 진입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독일 3사의 어느 차도 따라오지 못할 게 분명했다. 시승에 동승한 기자가 "양탄자를 구르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실제 딱 그랬다.
특히 차가 '고요'해 속도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자동차는 시속 260km까지 계기반에 나와 있었는데, 이에 가까운 속도에서도 시속 100km 내외 정도밖에 안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승차감과 정숙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차는 서스펜션에 내장형 밸브를 적용했다.외장형에 비해 응답성이 빨라져 노면 상황을 바로바로 반영할 수 있다고 한다. 현대차는 이 서스펜션에 '제네시스 어댑티드 콘트롤 서스펜션(GACS)'라고 이름 붙였다. 또 차 문짝에 3중 차음 장치를 넣고 4면에 차음 유리를 적용했다.

여기에 휠 가장자리에 공기층을 둔 중공 알로이 휠을 적용, 소음과 진동이 열에너지로 바뀌게 했으며, 차의 지붕(루프) 접착도 고무 패킹을 사용하는 대신 현대차 최초로 레이저로 용접하는 방식을 택해 차의 강성과 차음 성능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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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 1등석 못지 않은 승차감
EQ900는 운전석에 앉을 때부터 남다르다. 시트는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감이 없게 디자인됐다. 운전석에서 자신의 키와 몸무게, 앉은 키 정도를 입력하면 저절로 최적의 상태로 시트가 조절된다. 여기에 자신이 선호하는 위치에 맞게 앞뒤, 위아래 등 22개 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벤츠에 이어 독일 척추건강협회로부터 인증을 받은 차량 시트라서 그런지 실제로 운전하는 3시간여 내내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EQ900의 뒷좌석은 에어버스 항공기 1등석을 뜯어보고 연구해 개발했다. 180도로 눕히지 않는 것만 제외하고 모든 기능이 항공기 1등석 좌석과 똑같다고 한다. 실제 착좌감은 기대 이상이다. 가운데 팔걸이(암레스트)에 붙은 스위치를 눌러 앞 등받이를 15도 정도 뒤로 눕힐 수 있고, 눕힌 상태에서 책이나 스마트폰을 보기 편하게 어깨 부분만 세울 수도 있다. 조수석 뒷자리의 경우 뒷좌석에서 버튼 하나로 앞좌석을 앞으로 밀어 접으면 웬만한 성인 남자도 발을 쭉 뻗을 수 있게 만들었다.
곳곳의 소재는 최고급 나파 가죽과 나무, 알루미늄, 스웨이드를 곳곳에 사용해 호사스러웠다. 손에 닿는 부분에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을 찾으라면 시트 위치 조절기 정도랄까. 앞좌석 센터페시아에 있는 내비게이션도 12.3인치로 동급 최대 사이즈여서 시원시원하다.
◇ 넘치는 힘에 놀라고 자율주행 기술에 감탄
사실 처음 시승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대형차에 3.3리터 엔진을 달았으니 좀 힘에 부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최대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f·m/rpm이 절대 단순히 숫자에 그친 게 아니었다.
가속 페달을 밟자 순식간에 시속 100km에 바늘이 갔고, 엔진음의 주파수가 높아진다 싶더니 초고속 상태에 도달했다. 어느 속력에서도 차는 들뜨거나 하는 것 없이 안정감을 유지했다. 물론 스포츠카처럼 머리가 헤드레스트에 부딪힐 정도로 '확확' 속도변환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차는 초고속 상태에서도 힘에 부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주행 모드는 △스마트 △에코 △스포츠 △인디비쥬얼이 있는데 각각 큰 차이는 없다.
이 차의 또다른 자랑은 고속도로에서 차간 거리와 차선을 인식, 자율 주행이 가능하게 하는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이다. 운전대에 붙은 크루즈 스위치를 눌러 속도를 지정하면 알아서 앞 뒤 거리를 조절하고 회전 구간에서도 저절로 차가 회전했다. 운전대에서 손을 20초 이상 떼면 경보음이 울리기 때문에 손을 떼지는 않았지만 기자도 실제 이같은 자율주행을 경험했다.
시승을 마친 기자들은 한결같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현대차가 진짜 명작을 내놨다는 반응이었다. 일반 고객들의 반응 역시 다르지 않은 듯하다. 현대차가 브랜드 체험관을 방문해 EQ900를 시승한 고객 95명으로부터 반응을 들은 결과 "좌우 출렁임은 크게 개선됐고 차가 부드럽게 나간다" "차가 아주 조용해서 너무 좋다" "뒷좌석의 편안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사전예약 고객들 "EQ900 경쟁상대는 벤츠"
제네시스에 따르면 EQ900 출시 전 사전 계약자 1만3000 여명을 분석한 결과 개인 고객이 34%에 이르렀다. 기존 에쿠스의 개인 고객 비중 23%에 비해 11%포인트 증가했다. 또 평균 연령이 55.1세로 기존 에쿠스 57.3에 비해 2세 정도 젊어졌으며, 외국산 차를 보유한 고객의 비중도 20%로 기존 에쿠스에 비해 7%포인트 증가했다.
쇼룸 방문 고객 281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EQ900에 대한 만족도는 신기술(95%), 내장(89%), 외장(85%) 순으로 나타났다. EQ900의 직접적인 경쟁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응답자가 53%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이 BMW(25%) 아우디(8%)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