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대부'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의 고언(苦言)…고 정주영 회장 설득해 조선업 시작

"주인이 관심없으면 회사는 망한다. 아버지가 목숨 걸고 세계 1위 조선소를 만들었다는 점을 잊지 마라."
국내 조선산업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84·초대 경제수석비서관)이현대중공업(401,500원 ▲5,000 +1.26%),삼성중공업(28,100원 ▲200 +0.72%),대우조선해양(125,800원 ▲1,700 +1.37%)등 조선 '빅3' 오너들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신회장은 21일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열린 '한국조선해양산업 대토론회'에서 기자와 만나 "조선소 주인들이 지금 이 시간에 뭘 하고 있느냐. 축구, 골프하고 다니면서 주인이 (조선 산업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회사는 망한다"고 질타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을 겨냥한 말이다. 그는 또 대우조선해양 직원 비리를 겨냥, "경영진이 방만하게 경영하면 직원들이 100억원, 200억원씩 배임 행위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초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한국 조선업 마스터플랜'을 제안해 국내 조선산업을 태동시켜 외국 언론에서 '한국 조선업의 아버지'라고 칭하기도 했다.
한국인 최초로 로이드선급협회 검사관으로 런던에서 일하던 그를, 1961년 박 대통령이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초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해사(海事)부문을 담당한 그는 "인구가 증가하면 그만큼 해상 유통량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정교한 거대 선박이 필요하다"는 마스터플랜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제안해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 국내 조선업은 기반이 전혀 없었다. 영도의 대한조선공사 조선소에도 설비나 자재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
"영도(지금의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 내려갔더니 모조리 풀밭이고 선진기술을 배웠다는 제가 풀깎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풀깎다가 화가 나 조선산업을 어떻게 이해하고 나 하나 불러다가 조선산업이 된다고 생각하냐고 대통령에게 따졌다"며 "조선산업을 만들겠다는 진정성이 있으면 정부에 조직을 만들고 기업인들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고 돌이켰다.
신 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은 처음부터 조선업을 거절했으며, 고 정주영 회장도 처음에 거절했으나 설득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그렇게 30년도 안돼서 영국, 독일, 일본을 다 제치고 우리가 세계 최고 조선업을 만들었다"며 현재의 조선산업 위기를 아쉬워했다.
신 회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조선 산업은 결코 사양 산업이 아니다"면서 "조선 산업 규모 축소 주장은 조선업에 대한 낮은 인식과 몰이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신 회장은 "당장의 불황만 보고 조선 산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핵심 인력을 대거 정리했던 일본 조선업계가 어떻게 됐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신 회장은 춘천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물리 교사를 하던 중 조선업에 대한 관심으로 스웨덴 코쿰(Kockums) 조선소에 편지를 보내 설계 기사로 취직하면서 현장 경험을 시작했다.
영국 더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경제기획원 장관고문, 대통령 경제제2수석비서관, 경제과학심의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쳐 1969년부터 한국해사기술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