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팩트]넥슨은 삼성 스마트TV엔 '갑'이었다

[뉴스&팩트]넥슨은 삼성 스마트TV엔 '갑'이었다

오동희 기자
2016.07.19 19:28
[편집자주] 보도되는 뉴스(NEWS)는 일반 시청자나 독자들에게는 사실(FACT)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뉴스가 반드시 팩트가 아닌 경우는 자주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머니투데이 베테랑 기자들이 본 '뉴스'와 '팩트'의 차이를 전하고, 뉴스에서 잘못 전달된 팩트를 바로잡고자 한다.
넥슨 로고
넥슨 로고

넥슨이 삼성전자 최고경영자의 친인척 회사의 주식을 비싸게 사들였다가 1년만에 매입가의 절반에 팔아 손해를 입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삼성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이를 보도한 KBS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당시 주식 매각 시점의 게임 업계 상황과 실제 거래 상황은 어땠을까. 게임 업계 전문가를 통해 넥슨이 삼성에 로비를 할 이유가 있는지, 과연 비싸게 샀는지, 매각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 쟁점에 대해 당시 상황을 들어봤다.

◇삼성전자가 넥슨에 구애하는 입장이었다=KBS는 넥슨이 자사의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를 삼성전자 스마트TV에 탑재하기 위해 당시 삼성전자 CEO의 처남이 운영하는 게임 회사 지분을 고가에 매입해 호감을 얻은 후 삼성 스마트TV에 게임앱을 탑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게임 업계 전문가들은 전제부터가 업계의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택수 데일리게임 대표는 "그 당시 게임업계 1위인 넥슨 입장에서 삼성에 잘보여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삼성이 쫓아와서 게임을 스마트TV에 넣어달라고 할 상황이지, 넥슨이 쫓아가서 넣어달라고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2012년 12월 삼성전자 스마트TV에 '카트라이더 러쉬'가 탑재될 당시 카트라이더 모바일 앱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1000만명이 다운로드해 사용하고 있는 최고의 인기게임이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구애해야 하는 입장이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당시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는 애플 앱스토어와 네이버 앱스토어, 카톡 등에서 서비스가 되고 있었고,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를 자사 스마트TV에 탑재하는 게 목표였다는 얘기다. 그는 넥슨이 지분을 인수한 제이씨엔터테인먼트(JCE)는 1세대 게임사로 엔씨소프트, 넥슨과 함께 초기 게임 시장을 이끌던 강자였다고 전했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취합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취합

◇넥슨, JCE 주식 비싸게 샀나=KBS는 2012년 넥슨이 두 차례에 걸쳐 JCE의 주식 255만주(김모 이사회 의장과 남편인 백모 부사장-삼성전자 전 CEO의 손위처남 보유지분)를 약 900억원에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거래 가격은 코스닥 상장사인 이 회사의 3개월전 주가인 1만 5000원대보다 두 배가 넘는 3만 8000원에 사들인 것이어서 스마트TV에 앱을 등록하기 위해 고가 매입해준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개월전 주가는 실제 주식 거래 시점에는 무의미한 숫자라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얘기다.

김 의장은 자신이 보유한 보통주 186만주를 2011년 10월 25일 3만 4000원에 장외에서 넥슨에 매각했다. 당일(10월25일) 코스닥 시장의 주가는 전일보다 7% 이상 하락했음에도 3만 6050원으로 장을 마감해 매각가격보다 더 비쌌다. 김 의장이 시장가격보다 싸게 팔았다는 얘기다.

또 3만 8000원에 풋옵션이 걸려 있던 김 의장 추가지분 118만주와 백 부사장 지분 68만7000여주 중 김 의장은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백 부사장만 넥슨에 매각했다.

김 의장은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10.26%의 지분은 그동안 보유하고 있다가 3년여가 지난 2015년 11월 12일 풋옵션 가격보다 1만원 가량 낮은 2만 8150원 내외에 매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고가에 인수해 주려고 했다면 2012년 당시에 지분을 모두 매각했어야 하지만, 김 의장이 풋옵션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주식을 보유해 넥슨은 따로 장내에서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3만 8000원에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던 주식을 3년 가량이 지나 1만원 가량 저가에 지난해에 매각한 것이다.

넥슨 카트라이더
넥슨 카트라이더

◇넥슨의 수많은 게임사 M&A 중에 하나일 뿐=이택수 대표는 "넥슨은 2005년 카트라이더 이후에 자체로 개발한 게임 중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 거의 없었고, 개발 수장도 떠나면서 자체 성장동력이 약해져 M&A에 열중했었다"며 "2008년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트를 4000억원에 매입해 시장에 충격을 줬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고가에 인수했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결국엔 중국에서 대박을 터트리며 연간 매출 4000억원을 넘어서며 '역시 M&A 귀재 김정주'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이 게임은 올해 중국 텐센트와 서비스 10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

2010년에는 서든어택을 개발한 게임하이를 2000억원 이상에 인수했고, 2011년에는 ‘타르타로스 온라인’을 제작한 인티브소프트, 캔디코스터·빨간마후라 등 캐주얼 게임으로 유명해진 게임개발사 엔펀도 인수했다.

이듬해에 인수한 것이 현재 조이시티로 이름을 바꾼 JCE다. JCE는 ‘레드문’ ‘워바이블’ 등에 이어 온라인 게임과 스포츠를 결합한 ‘프리스타일’이라는 온라인농구게임으로 큰 성과를 올렸다. 2011년에는 발 빠르게 내놓은 모바일게임(‘룰더스카이’)은 일일 접속자수 40만명, 월 매출 10억원을 넘어서며 성가를 높였다.

이 대표는 "당시 모바일 게임 초창기에 JCE의 우수한 개발팀에 관심이 있었던 김정주 회장이 인수작업을 진행됐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2013년에는 '룰더스카이'는 월 매출 30억원에 애플 앱스토어 인기 게임 1위에 등록되고, 일일접속자 수만 무려 50만 명에 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JCE를 살 때도 네오플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고가에 산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업계에 돌기도 했지만, 넥슨이 인수한 직후 중국에서 룰더스카이 모바일 게임이 큰 인기를 끌면서 주가가 인수가를 크게 앞서는 5만원대에 근접하는 등 '역시 김정주의 성공한 M&A'로 인정 받았었다"라고 말했다.

◇JCE 대주주는 왜 지분을 팔았나=JCE 이사회 의장이었던 김모 의장과 남편인 백모 부사장은 게임업계 1세대로 통한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백 부사장은 국내 대형 조선사에서 일하다가 한국 IBM 공채 1기로 입사해 게임과 인연을 맺는다.

이 대표는 "김 의장과 백 부사장이 JCE를 팔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당시 거의 없었다"며 "그만큼 게임 업계에 깊은 애정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당시 JCE를 NHN이나 넥슨 외에도 중국 텐센트 등이 인수할 의사를 갖고 있어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는데, 팔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넥슨에 매각했었다"며 "나중에 매각 이유를 알고 보니 남편인 백 부사장이 2009년부터 간암으로 투병해 김 의장이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2010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을 맡았고, 이후 지분도 판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김 의장이 게임사업에 여전히 열정이 남아있어 경영권을 넘기는 지분을 판 이후에도 10% 이상의 지분을 지난해까지 유지했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JCE를 인수한 넥슨이 조기에 JCE 지분을 재매각한 이유는 내부개발자의 갈등과 롤더스카이 이후 차기작 부재의 문제에, 엔씨소프트 인수 이후의 논란 등이 겹친데 따른 것이라는 게임 업계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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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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