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 물 아끼며 버틴다" 한진해운, 정부에 SOS

"선원들 물 아끼며 버틴다" 한진해운, 정부에 SOS

황시영 기자
2016.09.05 17:23

정부 6일 선원 관련 대책 발표… 5일 압류, 입·출항 거부 등 비정상운항 선박 73척

한진해운이 31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가운데 용선료 체불로 5308TEU급 컨테이너선 한진로마(Hanjin Rome)호가 싱가포르 법원에 의해 가압류됐다. 싱가포르 항구에 정박 중인 한진로마호 모습.(마린트래픽) /사진제공=뉴스1
한진해운이 31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가운데 용선료 체불로 5308TEU급 컨테이너선 한진로마(Hanjin Rome)호가 싱가포르 법원에 의해 가압류됐다. 싱가포르 항구에 정박 중인 한진로마호 모습.(마린트래픽) /사진제공=뉴스1

"선원들은 회사가 회생절차를 밟아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절수, 절식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한진해운직원은 5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이같이 전했다. 선원들은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전세계 곳곳에서 입·출항이 거부되고 선박이 억류돼 바다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선박 1척에는 20~30명의 선원들이 타고 있다.

한진해운측은, 선박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선원들은 길어야 이달 말까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부산항에서 선박이 출항할때 15일 분량의 주·부식과 식음료, 생필품을 싣고 떠난다. 선박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 기항지에 들러서 주·부식 등 필요 물품을 채운다. 법정관리 이후 6일째에 접어든 지금은 이들 생필품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선원들의 기본적인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진해운은 이날 선박별 주·부식과 식음료, 물품 재고를 파악해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에 전달했다. 6일 정부 차원에서 선원 생존 관련 중간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한진해운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66척, 벌크선 7척 등 총 73척이 정상 운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비정상 운항 선박 68척(컨테이너선 61척, 벌크선 7척)에서 5척이 더 늘어난 것이다.

입·출항 문제는 원칙적으로 돈을 지불해야 해결할 수 있다. 그동안 한진해운의 밀린 하역비, 항만 이용료, 유류대, 컨테이너박스 장비 임차비, 용선료 등은 6000억원을 넘는다. 반면 선박 압류는 한진해운이 각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해서 스테이오더(Stay Order·법원 압류금지명령)를 얻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스테이오더를 승인받으면 싱가포르항에 압류된 한진로마호도 압류 해제된다. 지금까지 선박 압류는 한진로마호 1척이다.

부산항에서 일하는 이 직원은 "8년간 해운 장기 불황이었지만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며 "5년전부터 전사적 비용절감 조치를 시행해왔고 3년간 임금 동결했으며 영업의 기본 수단인 배 외에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4500여명 직원만 일자리를 잃는다고 하는데, 물류와 항만으로 먹고 사는 부산항은 실업 위기감이 커지고 있고 관련 업무도 마비됐다"고 강조했다.

이요한 한진해운 노조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선박 60여척이 입출항을 하지 못해 외항에서 무기한 대기 중"이라며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품 보급이 이뤄지지 않아 선원들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진해운이 소멸해 해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희생을 하기에는 40년 넘게 쌓아온 우리의 노력이 너무나 아깝다"며 "우리 해운시장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 벌어질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개입해 회생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진해운은 선박 추가 압류를 막기 위해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권고에 따라 외국도산절차 제도(CBI·Cross Border Insolvency)를 갖춘 43개국 가운데 미국에 처음으로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이다.

☞관련기사 : [단독]한진해운, 43개국 법원에 '압류금지' 신청

한진해운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소재 파산법원에 파산보호신청(챕터 15)을 했다. 뉴어크 파산법원이 한진해운의 파산보호신청을 받아들이면 스테이오더가 발동돼 미국 연안에서 한진해운 선박이 압류당하는 일은 없게 된다.

신청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인인 석태수 대표이사 사장이다. 미국 로펌 콜 숄츠 P.C가 파산보호신청을 대리하며, 담당 판사엔 존 K. 셰르우드가 배정됐다.

선주들의 용선료(선박 임대 비용) 청구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해운 전문 외신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영국 선주회사인 '조디악'이 한진해운을 상대로 용선료 청구 소송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조디악은 한진해운에 36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2척을 빌려주고 있으며, 현재 연체된 용선료는 총 307만달러(약 34억원)이다. 또 싱가포르 선주사인 '이스턴 퍼시픽'도 용선료 지급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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