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유효기간 지나면 폐기해야"…화주, 피해 신고 폭증

"식품 유효기간 지나면 폐기해야"…화주, 피해 신고 폭증

황시영 기자, 하세린 기자
2016.09.08 16:34

美 공급업체들 연휴전 '배송 전쟁'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사태가 9일째 이어지면서 화주인 수출입기업들이 아우성이다. "내 짐이 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야할 것 아니냐"는 원성부터 구체적인 피해 신고 사례까지 접수가 폭증하고 있다.

8일 한국무역협회(이하 무협)에 접수된 누적 피해 사례는 219개사 220건이다. 신고 화물금액은 1억달러에 달한다. 전날인 7일 대비 접수 건수가 무려 26.8% 늘어났다. 항로별로는 아시아, 미주, 유럽, 중동 순이다. 무협은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시작되면서부터 중소 수출입기업들의 피해 사례를 접수받고 있다.

물품을 실은 한진해운 선박이 해외 항만에서 억류되거나, 입항·하역 거부 사례가 속출하면서 수출입 기업들은 납기 지연에 따른 주문 취소, 바이어 클레임(이의 제기)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납기를 못맞추니 바이어의 신뢰 저하로 이어져 앞으로 영업이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다.

무협 관계자는 "한 컨테이너박스 속에 여러개의 화물을 섞어서 싣기 때문에 화물의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한진해운이 화주에게 화물의 실시간 트래킹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신고 사례도 접수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주들은 포워딩업체(중소화주들의 짐을 모아서 선사와 계약하는 업체)를 통해 화물 위치 정보 문의를 하는 등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8일 무협에 따르면,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화주는 식품분야 화주다. 김, 김치 등 식품업체 제품이 한진해운 선박에 선적돼 있는데 일반제품에 비해 유효기간이 짧아 물류대란 사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마케팅과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에 빠진다는 것이다.

김치 등을 아시아·미주·유럽에 수출하는 식품 제조업체 D사 관계자는 "신선제품 유통기한이 임박해 제품을 폐기해야할 상황"이라며 "바이어에게는 해당 제품을 재생산하고 재선적을 해야하므로 비용이 늘어나고 컨테이너 보관료, 이적료 등 물류비용도 따라서 늘어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D사가 한진해운 비정상 운항 선박에 싣고 있는 신선제품의 가격은 600만달러(65억6000만원)에 달한다.

미국에 의류를 수출하는 업체 S사 관계자는 "화물을 하역하려면 보증금을 내야하고 이 보증금을 한진해운이 내야하는데 못내고 있다"며 "일단 한시라도 빨리 하역해야하는 우리가 보증금을 부담하고 하역한 후 나중에 한진해운에 돈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어에게 인도를 적기에 하지 않으면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위험물 적재에 따른 부담도 있다. 무협에 따르면, 중국-미주노선, 중국-유럽노선의 한진해운 선박 중 중국에서 선적된 폭죽 26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가 나뉘어 적재된채 운항중이다. 폭죽 260TEU는 정박된 배 안에 있거나, 압류 또는 목적지 외항에 대기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폭죽의 정확한 위치 조차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죽 등 위험물은 한진해운 등 업력을 인정받는 소수의 선사만 운송할 수 있으며, 외항대기나 압류 기간이 길어지면 고열 등으로 인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국 업체들은 연휴 전 '배송 전쟁'을 겪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으로 수만톤의 의류와 핸드백, 텔레비전 등의 상품이 바다 위에 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수감사절(11월의 4번째 목요일)과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공급망에 이상이 생기면 미국 소매업계 최대 대목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 소매업계는 11~12월 두달간 626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브랜드에 납품하는 아시아 공급업체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나이키와 휴고보스, 랄프로렌 등에 신발과 의류를 납품하는 홍콩의 에스켈그룹은 최근 트럭업체들과 추가 계약을 맺었다. 중국 항구에 발이 묶인 한진 선박이 홍콩 항구에 도착하는대로 컨테이너 4개에 담긴 원단을 호찌민시에 있는 공장으로 빠르게 옮기기 위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한진해운의 파산보호 신청을 지지하며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연안에 떠 있는 한진해운 선박 2척에 약 3800만달러 상당의 자사 제품과 부품이 묶여 있다고 밝혔다. 제품들을 즉시 하역하지 못할 경우 막대한 비용을 들여 비행기로 제품을 옮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1469톤에 이르는 제품을 운반하려면 최소 16대 이상의 화물기를 880만달러에 전세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현재 한진해운 선박 141척 중 86척(컨테이너선 70척, 벌크선 16척)이 선주에 의한 압류, 공해상 대기중이거나 항구에 정박하지 못하는 비정상 운항 상태에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거래금액을 받을 수 없을 것을 우려한 전 세계 터미널과 항만, 화물업계 등에서 한진해운 화물 취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롱비치=AP/뉴시스】한진해운이 미국 뉴저지주 뉴워크 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 사실이 4일(현지시간) 확인됐다. 법원은 6일 한진해운과 관련된 사안을 심리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만에 입항하지 못하고 해상에 정박해있다. 2016.09.05
【롱비치=AP/뉴시스】한진해운이 미국 뉴저지주 뉴워크 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 사실이 4일(현지시간) 확인됐다. 법원은 6일 한진해운과 관련된 사안을 심리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만에 입항하지 못하고 해상에 정박해있다.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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