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지원하느라 국민연금 5900억원 날렸다?

이재용 지원하느라 국민연금 5900억원 날렸다?

오동희 기자
2016.11.21 16:23

[뉴스&팩트]재벌닷컴 잘못된 숫자로 데이터 왜곡… 손실액 이재용 부회장이 2배 많아, 손실률은 동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삼성물산(318,000원 ▼16,000 -4.79%)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한 국민연금이 삼성그룹의 합병을 밀어주고 5900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기업데이터 분석 업체의 통계 수치가 합병 전과 합병 후의 자산 기준을 다르게 적용,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 언론매체는 전날 기업데이터 제공업체인 재벌닷컴의 자료를 인용해 이재용삼성전자(181,200원 ▲2,600 +1.46%)부회장의 지분가치는 합병 전(제일모직 보유분) 4조 9091억원에서 합병 후 올해 11월 17일 종가기준으로 4조 5254억원으로 7.82% 줄어드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연금은 합병직전 제일모직 1조 638억원과 삼성물산 1조 412억원 등 총 2조 1051억원에서 1조 5186억원으로 27.86% 줄었다고 전했다.

이를 근거로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 후 손실이 적었던 데 반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주고 국민들의 자산에 손실을 입혔다며 비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벌닷컴은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 이후 추가로 매입한 주식의 가격까지 포함한 숫자와 비교하고, 국민연금은 합병 이후 매각한 주식대금을 뺀 금액을 비교 했다.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3136만 9500주의 주식을 보유했고, 국민연금은 1266만 321주를 보유했었다. 이 당시의 가치가 각각 4조 9970억원과 2조 167억원이었다.

주가 하락률을 비교하려면 이 당시 주가에 보유 주식수를 곱한 것과, 현재 주가에 당시와 동일한 주식수를 곱한 가치의 차이를 비교하는 게 맞다.

이를 비교하면 이 부회장과 국민연금은 각각 -11.17% 주가가 동일하게 떨어져, 각각 5582억원과 2252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재벌닷컴이 밝힌 7.82%와 27.86%의 하락률과는 큰 격차가 난다. 금액으로는 이 부회장의 평가손실액이 오히려 2배 이상 많다. 국민연금이 이 부회장을 밀어준 후 59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과는 다른 결과다.

재벌닷컴이 한 언론 매체에 제공한 데이터가 통계의 기본인 '기준의 동일성'을 무시한 채 사용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합병 이후 같은 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삼성물산 주식 169만 5869주를 매각했고, 이 부회장은 올해 2월 29일 삼성물산 주식을 130만5000주를 매입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의 주식은 합병 당시 1266만 321주에서 1096만 4453주로 줄었고 현금화한 만큼 자산가치도 줄었다. 이 부회장의 주식은 3136만 9500주에서 3267만 4500주로 늘었고 자산도 따라 늘었다.

이 부회장은 매입한 주식을 포함해 하락률[(합병 당시 주식수+130만여주)×현재 주가/합병 당시 주식수×당시 주가]을 계산해 7.82%가 나왔고, 국민연금은 매각한 주식을 제외한 금액)[(합병 당시 주식수-169만여주)×현재 주가/합병 당시 주식수×당시 주가]을 계산해 27.86%라는 잘못된 하락률이 계산된 것이다.

삼성물산의 보유지분이 더 많은 국민연금이 다른 주주들과 비교해 손실률이 더 높다는 재벌닷컴의 분석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삼성복지재단과 삼성생명은 제일모직 주식은 전혀 없고, 삼성물산 지분만 129억원과 101억원어치를 갖고 있었으나, 같은 기간 하락률은 13.05%에 불과했다. 국민연금 주식이 27.86% 하락했다는 숫자는 잘못된 것이다.

또 동일하게 삼성물산만 보유하고 있던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도 주가하락률이 차이가 있다. 같은 형태로 보유하고 있으면 하락률이 동일해야 하는데, 이 부회장이 추가로 매입한 지분을 계산에 넣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하락률이 적은 것처럼 왜곡된 것이다.

합병시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일모직보다 저평가돼 삼성물산 주주들이 더 손해를 봤다는 주장과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국민연금이 삼성을 지원해 국민의 혈세에 손해를 입혔다는 근거로는 잘못 활용된 사례다.

정선섭 재벌닷컴 사장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데이터의 비교 기준이나 해석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