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주문량 폭증에 황금연휴도 반납… 품질 최우선 생산라인서도 빛나

지난 18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에어컨 생산라인. 반팔 차림의 제조그룹 직원들이 부품을 조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눕힘형 팰릿'에서 조립된 에어컨은 다시 세워져 품질검사대를 지난 뒤 속속 출하장으로 빠져나갔다.
"(마지막 공정인 포장단계를 기준으로) 15초마다 1대씩 에어컨이 출고된다. 올해는 예년보다 기온이 높아 에어컨 주문이 한 달 이상 빨라졌다." 이계복 삼성전자 에어컨 제조그룹장은 들뜬 표정으로 출하과정을 설명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선 지난달부터 6개 생산라인을 100% 가동 중이다. 이달 들어선 주말에도 쉬지 않고 라인을 돌리고 있다. 직원들은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5월초 황금연휴도 반납키로 했다.
에어컨 라인 옆 공기청정기 라인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문이 밀려드는 바람에 1분기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공장 풀가동의 주역은 삼성전자의 야심작 무풍에어컨이다. 무풍에어컨은 '에어컨은 바람'이라는 상식을 깬 제품이다. 원하는 온도에 도달하면 13만5000개에 달하는 직경 1㎜의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찬 기운으로 냉방을 유지한다. 일단 냉방이 되면 피부에 닿는 찬바람 때문에 불쾌할 일이 없다. 기존 에어컨보다 전기사용도 85%까지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덕에 무풍에어컨은 지난해 1월 출시 이후 누적판매량 35만대를 넘어섰다. 광주사업장에서 만드는 에어컨의 70%가 무풍에어컨이다.
올해 새로 출시한 '블루스카이' 역시 효자 상품이다. 공기청정기능과 가습기능을 하나로 묶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청정수 순환방식의 자연가습으로 물을 계속 순환시키기 때문에 물이 고이지 않아 물때나 세균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도 인기의 비결이다.

결과를 놓고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간단한 혁신은 아니었다. 아이디어도 아이디어지만 이를 제품화하는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삼성전자가 2010년 광주사업장에 정밀금형개발센터를 세우고 직접 금형(금속이나 플라스틱 원재료를 가공해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데 필요한 틀)을 개발, 생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풍에어컨의 전면부를 장식하는 두께 1㎜의 철판에 파손 없이 13만5000개의 미세구멍을 뚫는 기술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정광명 광주지원팀장(상무)은 "금형의 공차가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1인 0.005㎜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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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무풍에어컨을 출시하면서부터 품질관리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용해 초고속으로 제품 외관을 촬영한 뒤 3차원으로 이미지를 판독하는 '3D 스캔기법'으로 불량을 가려낸다. 제품마다 13만개가 넘는 미세구멍을 육안으로 검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까닭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앞장서 챙겼다.
공장 내 곳곳에 "가전업계를 리드하려면 제품을 감성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기본이 외관 품질"이라는 윤 사장의 말과 함께 '불량은 들어오지도, 만들지도, 내보내지도 않는다' '작업자는 작업만, 검증은 시스템으로'라는 표어가 걸려 있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작업자가 맡은 부품을 기계적으로 조립하는 생산방식을 14개 셀(작업실)에서 각자 정해진 공정을 진행하는 모듈생산 방식으로 바꾼 것도 품질개선시스템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셀마다 정지상태에서 스탠드형 에어컨을 눕혀 작업자의 눈높이에 맞춰 조립하면서 불량률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 한 공정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전체 라인이 멈추지 않기 때문에 생산성도 기존 컨베이어벨트 방식보다 25%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