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검찰총장 대신 사회봉사자', 대기업 사외이사 바뀐다

[MT리포트]'검찰총장 대신 사회봉사자', 대기업 사외이사 바뀐다

김남이 기자
2019.03.06 17:31

[사외이사의 명과 암]①사회공헌·금융전문가, 사외인사로 인기

[편집자주] 주총시즌을 맞아 기업들이 속속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자를 공개하고 있다. 사외이사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특히 올해가 스튜어드십 코드 원년이어서 사외이사를 둘러싼 공방도 커지고 있다. 사외이사 자리를 원하는 쪽에서는 구직난이, 사외이사를 찾는 쪽에서는 구인난이 벌어지기도 한다.

‘전직 검찰총장 대신 20년 의료 봉사자’(삼성전자)

‘주주가 추천한 국제 금융계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현대자동차)

한국 대표 기업의 사외이사 선임 문화가 바뀌고 있다. 법조, 관료 출신 인사에서 재무(회계), 기술, 사회공헌 전문가로 무게 중심이 이동 중이다. 선임 과정에서 회사의 입김도 최소화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주주가치 증대가 중시된 결과다. 또 연이은 세대교체로 젊어진 오너와 행동주의 펀드 등 외부의 경영권 간섭을 견제할 독립적인 이사진이 필요한 상황도 맞물렸다.

◇사회공헌·금융전문가를 사외이사로…이사회 의장까지=삼성전자는 오는 20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안규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와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외부인원으로만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에서 추천한 첫 인사들이다.

사회공헌 부문에서 활동 중인 두 사람은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이 물러나는 자리를 맡는다. 특히 안 교수는 20여년간 국내외에서 의료봉사를 한 공로로 2017년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받은 인물이다.

현대차는 올해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 등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사외이사 2명(남성일 서강대 교수, 이유재 서울대 교수)의 임기가 만료됐고, 정원을 1명 늘렸다.

윤 부회장은 다국적 투자회사 UBS그룹에서 활동해온 안목과 최고 수준의 재무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윤 부회장은 현대차에서 처음으로 주주추천과 ‘외부평가 자문단’을 거쳐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됐다. 향후 현대차 기업설명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SK는 염재호 고려대 총장과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새로 사외이사 자리에 오를 예정이다. 이용희 NICE신용평가정보 부회장이 임기가 만료돼 물러났고, 정원이 1명 늘었다. SK는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염 총장은 SK의 첫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에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임기가 끝나는 노영보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자리에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한 교수는 회계전문가로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IC) 위원을 역임했다.

◇전문가로 균형 맞춰…전관예우보다 주주신뢰=재계는 최근 사외이사에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외부의 시각으로 회사의 경영과 사회공헌, 주주가치 제고 활동을 평가해주길 바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주주추천제 도입 등은)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끌어올리고, 주주들과 적극 소통하기 위한 취지"라며 "이해관계자들의 균형있는 권익증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현대모비스는 △경영·기술 △재무·투자 △법률·투명성 △산업·경영 △운영·관리 부문의 전문가로 사외이사를 구성할 계획이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전문가를 경영·기술과 재무·투자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와 함께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주주가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주주권익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변화의 원인이다. 특히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모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법조인과 관료에 대한 전관예우가 과거보다 약해졌다"며 "차라리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로 주주의 신뢰를 얻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