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연료전지·태양광 단 '이곳'…"내가 아직 주유소로 보이니?"

[르포]연료전지·태양광 단 '이곳'…"내가 아직 주유소로 보이니?"

우경희 기자
2022.02.09 16:47
SK박미주유소에 문을 연 첫 에너지슈퍼스테이션. LNG연료전지와 태양광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를 곧바로 전기차 충전기에 공급할 수 있는 친환경 도심형 발전시스템이다. /사진=우경희
SK박미주유소에 문을 연 첫 에너지슈퍼스테이션. LNG연료전지와 태양광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를 곧바로 전기차 충전기에 공급할 수 있는 친환경 도심형 발전시스템이다. /사진=우경희

시흥대로 주변의 어지러운 철강대리점 간판들 사이로 SK 주유소의 행복날개 마크가 또렷했다. 벽면을 녹색 식물들로 가득 채워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구조 자체는 여느 주유소와 다를게 없었다. 안내를 따라 주유소 옥상에 올라서자 탄성이 나왔다. 도시가스를 연료로 하는 연료전지(퓨얼셀) 10기가 조용히, 하지만 힘차게 가동되고 있었다.

옥상보다 한 층 높은 주유소 캐노피(주유기를 덮는 덮개천장) 위에는 태양광판이 가득 설치돼 있다. 이쯤 되면 주유소라고 부르기가 미안하다. 20.6kW 규모 태양광과 300kW규모 퓨얼셀이 동시에 쉼없이 전기를 생산하는 미래형 주유소이자 도심형 친환경 발전소 SK에너지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 계열 SK에너지는 9일 금천구 SK박미주유소에서 에너지슈퍼스테이션 1호 오픈행사를 열었다. 낡고 오래된 주유소의 혁신적 변신이자 앞으로 주유소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실증모델이다.

주유소 뒤쪽에는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었다. SK에너지는 전국 주유소 중 50여곳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 상태인데, SK박미주유소 에너지슈퍼스테이션에는 국내 주유소 설치 충전기 중 가장 용량이 큰 350kW급 급속충전기가 설치돼 있었다. 350kW급 충전기는 현대 아이오닉5 전기차 한 대가 18분이면 완충되는 용량이다.

18분은 혁신적인 충전 속도임에도 기존 휘발유나 경유 차량 주유시간에 비하면 긴 시간이다. SK 에너지슈퍼스테이션은 전기차 충전기 옆에 세차장 용 진공청소기를 설치했다.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다.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주유소의 미래에너지스테이션 변신 현장이지만 지금 운영되는 형태는 아쉽다. 퓨얼셀과 태양광으로 기껏 만든 전기를 곧바로 전기차 충전기로 보내면 될 일인데 그럴 수가 없다.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자가 전기판매업을 겸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 박미에너지슈퍼스테이션은 지금은 생산한 전기를 전력거래소에 팔고, 다시 전기를 사다가 전기차 충전기를 돌린다. 법 개정에 대한 고민이 꼭 필요해 보인다.

전국에 등록된 주유소만 1만2000여개 이상. 노후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휴업 상태로 방치되는 주유소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탁월한 접근성의 주유소 네트워크를 방치할 수는 없다는 것을, 법령 정비를 통해 친환경 혁신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을 SK박미에너지슈퍼스테이션은 존재 자체로 증명하고 있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인프라 구축 효율 면에서도 에너지슈퍼스테이션의 의미는 크다. 전국 주유소에 확대 설치될 경우 분산발전이 활성화돼 송배전 손실은 낮추고 도시의 전력 자급율을 높일 수 있다. 매년 급속도로 늘어나는 전기차에 대한 충전인프라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추가적으로 부지를 확보하는 부담 없이 도심 내에 친환경차 충전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SK에너지 관계자는 "전국 50여곳 SK주유소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가동 중이지만 아직 전기차 절대보급량이 적은 만큼 전국 평균으로 보면 하루 2~3대가 이용하는데 그치는게 사실"이라며 "전기차 보급 지원 및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 비용 지원이 늘어난다면 기업은 물론 민간사업자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SK에너지 박미주유소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사진 제공=SK에너지
서울 금천구 SK에너지 박미주유소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사진 제공=SK에너지

정부도 법 개정과 지원 확대에 적극적인 역할을 다짐했다. 개막 행사에 참석한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전기를 만들면서 충전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원활한 전기차 확산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달성한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이라며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향후 직접 생산한 전기를 전기차 충전에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기존의 전통 에너지 인프라를 친환경 에너지 거점으로 변모시키는 첫 걸음으로, 서울시내 주유소를 시작으로 수도권 및 전국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며 "친환경 분산 발전과 친환경차 충전이 가능한 약 3000개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전국으로 확대 구축해 탄소중립 및 수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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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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