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구멍뚫린 화장지 안전③ - 김동구 대왕페이퍼 대표 인터뷰

"수입산에 잠식당하고 국제 펄프 가격 폭등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생필품인 화장지의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요소수 때보다 훨씬 심각할 것입니다."
지난 19일 전북 군산 공장에서 만난 김동구 대왕페이퍼 대표(65)는 국내 화장지 원단 산업이 고사 직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창 굉음을 내며 돌아가야 할 원단 제조설비가 멈춰 있었다. 벌써 1년 가까이 기계를 이렇게 한달에 열흘 꼴로 세워 뒀다고 했다. 해당 설비는 몸집이 거대해 멈췄다가 재가동하려면 수억원이 든다. 하지만 주문이 없으니 기게를 멈추는 것 외에 별다른 수가 없다. 창고에는 벌써 지난해 6월부터 팔지 못한 원단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화장지 산업은 크게 원단 제조업계와 가공업계로 구분된다. 비록 완제품은 가공업계가 만들지만, 이들은 단순히 원단의 재단과 포장을 맡고, 화장지 수급은 원단 제조산업에 달려 있다. 화장지의 △물풀림 성능 △저자극성 △유해물질 불검출 △종이자원(폐지) 활용 등은 전부 원단 기술에 달려 있다. 원단 제조는 가공에 비하면 기술 터득이 어려워 업체의 수도 가공업체(200여곳)에 비하면 매우 적은 11곳에, 업력은 30년 이상으로 산업이 한번 고사하면 회복이 쉽지 않다. 대만은 중국산 저렴한 화장지 원단에 시장이 잠식당해 현지 원단제조사들이 고사한 후 코로나19(COVID-19), 펄프 가격 급등으로 수입산 원단 공급이 끊기자 극심한 화장지 품귀 현상을 겪었다.
김 대표가 화장지 품귀는 요소수 때보다 극심할 것이라 예상한 것은 요소수는 제조 공법이 간단해 최근 중국산 수입이 막히자 베트남산을 수입한 것처럼 판로도 다양하고 국내 제조산업도 언제든 회복할 수 있지만 화장지 원단은 제조에 기술이 필요하고, '장치산업'이라 불릴 만큼 생산설비가 거대해 업계가 한번 고사하면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원단 제조업계는 길면 2년, 짧으면 6개월 안에 도산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만과 마찬가지로 수입산 원단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기 때문이다. 한해 국내에서 소비되는 전체 화장지 원단은 60여만톤이다. 이중 수입산 원단은 2010년 8036톤에서 지난해 15만5000여톤으로 급증했다.
수입산은 국내산보다 25~50%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침투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중국산이 지난해 기준 약 14만톤을 수출해, 전체 수입산 원단 유입량의 94.1%를 차지한다. 특히 중국은 화장지 원단을 국내에 무관세로 공급하지만, 국내 업계가 중국에 수출할 때는 5% 관세가 붙어 수출입이 불균형하다. 여기에 원단을 가져다 재단·포장만 하면 되는 가공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수입산 원단 사용이 급격히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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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국내 시장을 교란하고 국민의 위생 건강을 위협하는 저급한 수입 위생용지의 국내 유입을 막아야 한다"며 "국내에 유통되는 위생용지의 품질 표준을 만들고 수입산에 관세 장벽을 만들어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