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속으로]

중국의 철강 감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발 과잉공급에 시달려온 한국 철강사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진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고부가 철강 위주로 판을 재편할 경우 K철강이 오히려 막다른 길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24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10억톤에 달하는 철강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루 생산량만 200만톤 내외에 달하는 명실상부 글로벌 조강 생산 1위 국가다. 문제는 그 양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생산 경쟁 탓에 지난해 철강 과잉 생산량은 6억3000만톤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이 막대한 양의 철강을 저가에 글로벌 시장으로 밀어내왔다. 중국 내 경기 부진으로 철강 수요가 충분치 않자 해외 저가 수출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한국의 중국산 후판 수입만 봐도 2021년 45만톤에 불과했지만 2022년 81만톤, 2023년 130만톤, 2024년 138만톤으로 급증했다. 국산보다 톤당 15만~20만원 정도 저렴한 중국산 후판의 물량공세가 이뤄진 영향이다. 이런 기조는 전 철강 제품에 걸쳐 글로벌 차원에서 발생했다.
철강사들은 위기에 직면했다. 포스코 철강 부문의 영업이익은 2022년 3조2360억원, 2023년 2조5570억원, 2024년 1조6370억원 순으로 급감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95억원으로 2023년(8073억원) 대비 80% 줄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인사회에서 "중국 제품 밀어내기에 업계가 합심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들어 중국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 안팎에서 철강 생산 감축, 노후 및 비효율 설비 폐쇄, 신규설비 증설 통제 등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철강 기업들 역시 '해외 밀어내기'만으로 과잉공급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23일 끝난 4중전회를 통해 이같은 방향이 사실상 공식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4중전회 공보에는 '고품질 발전'과 '신질 생산력 육성'을 명시적으로 제시했다. 동시에 △현대화 산업체계 건설 △과학기술 자립자강 △내수 확대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중점 과제로 언급했다. 철강의 경우 자동차·신에너지·항공우주 등 고부가 판재류 중심의 전환 요구가 확대될 전망이다. 국유기업 중심의 M&A(인수합병) 등 구조조정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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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중전회에서 기본 틀을 제시한 만큼 세부계획은 오는 11월 공개될 건의안과 내년 3월 전인대 계획강령을 통해 구체화될 게 유력하다. 권지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건설용 강재의 구조적 둔화와 대조적으로 고급 제조업 중심 판재류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중국 철강사 차원의 자율감산 시도 확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의 감산 조치가 이뤄진다면 국내 철강사 입장에선 일단 한 숨 돌릴 수 있게 된다. 이미 지난 7월까지 중국의 누적 철강 생산량이 전년비 1900만톤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게임'이 이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중국 철강 구조조정의 단기적 수혜를 물론 기대할 수 있지만 중국이 고부가 철강 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것은 중장기적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값싸고 질좋은' 고부가 철강 제품을 찍어내기 시작한다면 국내 철강 업계가 마주할 도전은 더 커지게 된다.
결국 한국 철강 업계 입장에선 △기술 격차 유지 △신수요처 발굴 △탄소중립 확대와 같은 미래 지향적 경영 기조를 강화해야 하는 게 숙제다. 한국 철강 기업들은 열연·냉연·아연도금강판 등 자동차와 가전에 들어가는 고급강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LNG·풍력·탄소포집·수소)용 강관, 컬러강판 등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지속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미국이 철강 제품에 50%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고 EU(유럽연합)도 고율의 관세 적용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등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인 이유다. 정부는 중국산 후판에 이어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전환 특별법)' 제정 및 업계 구조조정 역시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은 국가 기간산업인만큼 중국의 '굴기' 미국의 '관세'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을 민관이 합심해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