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시멘트'가 무너진다[우보세]

'K시멘트'가 무너진다[우보세]

정진우 기자
2025.12.08 05: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는 국내 시멘트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950년 한국전쟁 후 본격적으로 세워진 시멘트 회사들은 국토 재건의 첨병 역할을 했다. 1960년대 경제개발 시기엔 핵심 국가 기간산업이 됐다. 1970년대 후반엔 시멘트 생산량과 수출량이 세계 10위권이었다. 시멘트 산업의 발전은 우리나라의 압축 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삼표시멘트(18,200원 ▼2,000 -9.9%), 성신양회(9,320원 ▼190 -2%), 쌍용C&E, 아세아시멘트(12,030원 ▼10 -0.08%), 한라시멘트, 한일시멘트(16,800원 ▼250 -1.47%) 등 우리나라 대표 시멘트 회사들은 지난 80년 가까이 그렇게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왔다. 이들 기업의 성장 없인 '한강의 기적'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랑스러웠던 'K시멘트'는 지금 사상 최악의 위기 앞에 놓였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건설경기 탓이다. 아파트를 포함해 신축 건물을 짓는 수요가 있어야하는데, 건설경기는 갈수록 좋지 않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시멘트 내수는 지난해보다 무려 16.5% 감소(721만톤)한 3650만톤 수준으로 지난 1990년 이후 가장 적다. 1997년 IMF외환위기때보다 더 안좋다.

시멘트업계는 내년이 더 문제라고 본다. 협회는 내년 시멘트 내수도 건설경기 위축 영향으로 올해 수준인 3600만톤(전년 대비 1.4%↓, 50만톤↓)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마지막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건설 투자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에 -8.3%에서 -8.7%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가 검토했던 해외 시멘트 수입도 현재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지만 언제든 열악한 국내 시멘트업계를 위협할 수 있다. 또 글로벌 시멘트 생산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한 국내 업체들을 인수한다면 시장에 주는 시그널은 '공멸'일 뿐이다. 해외 시멘트기업이 국내 진출하면 결국 가격 경쟁을 일으켜 국내 기업을 고사시킨 뒤 자국 시멘트를 높은 가격으로 한국에 수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랜 기간 발목을 잡아 온 유해성 위기 극복도 시급하다. 시멘트업계는 20여년 가까이 오명을 뒤집어 쓴 유해성 논란에서 벗어나야 업계가 살아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계적으로 유사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악의적인 '쓰레기 시멘트'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시멘트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시멘트 제조시 순환자원(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 재활용 가능한 가연성 폐기물) 사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유해성 논란부터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 대형 시멘트업체 임원은 "시멘트산업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건설산업의 핵심 건축자재는 시멘트와 철강인데 시멘트산업의 기반이 약화되면 결국 건설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미치는 피해는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경제주권마저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이상 정부가 손 놓고 있을때가 아니다. '시멘트 육성법'(K시멘트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R&D(연구개발)를 포함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시멘트업계가 무너지면 우리 산업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건설경기만 살아나길 바라며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머니투데이 정진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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