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00 국내산 5세대 탑재, SK하이닉스·삼전 등 수혜
中메모리 내재화 속도조정 가능성… 기술 자립 제동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면서 국내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조사가 '2차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200에 탑재되는 HBM은 대부분 국내 업체가 공급 중이다. 규제변수로 인한 불확실성도 제거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AI(인공지능) 가속기 H200은 '호퍼'(Hopper) 아키텍처 기반 제품으로 HBM3E(5세대 HBM)가 탑재됐다. H200에는 HBM3E 8단 제품이 6개 들어간다. HBM3E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이 공급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H200을 중국과 일부 승인된 국가의 고객에게 출하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엔비디아의 AI반도체 H100, H200, H20 등의 중국 수출을 규제했다.
미국 정부의 H200 수출허용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HBM3E 제조사에 직접적인 수요확대 기회를 의미한다. H200은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된 H20 대비 2배 이상 높은 성능을 갖췄다. 메모리 역시 H20의 HBM3 대신 한 세대 앞선 HBM3E가 적용됐다. 결과적으로 공급단가와 수익성이 모두 H20 대비 유리한 제품이다.
반도체업계도 기대감을 보인다. H20의 중국 수출이 막히면서 엔비디아는 지난 4월 55억달러 규모의 재고손실을 기록했는데 HBM 공급사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 국내 업계는 중국 수출불가라는 규제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특히 HBM3E 시장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HBM3E 물량을 공급하고 있어 최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검증된 SK하이닉스의 HBM3E 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대체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HBM3E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삼성전자 역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다만 공급량이 당장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이번에 H200의 수출규제가 해제된 것으로 실제 중국에 얼마나 팔릴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3E 물량이 이미 '완판'(완전판매)됐다는 점도 영향력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메모리업체들은 내년 물량증가까지 염두에 두고 대부분의 공급계약을 마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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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H200 수출허용이 중국 내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대한 견제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AI 가속기 수입이 차단되자 중국 정부는 자국 메모리업체의 기술자립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을 강화해왔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입이 일부 재개되면 중국의 메모리 내재화 속도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H200의 중국 판매가 실제 출하량 증가로 이어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다만 중장기적으로 H200의 중국 판매가 증가하면 국내 제조사가 수혜를 누리는 구조는 맞고 수요가 늘면 가격환경도 공급자에게 더 유리하게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