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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연말 인사·조직개편을 통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내년부터 질적 성장을 통해 실적 반등을 모색하기 위해 미리 대비하는 차원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최근 정기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고, 내년도 투자 계획과 사업 전략 수립에 한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석유화학 사업 구조개편안을 포함해 투자 방향, 포트폴리오 조정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 연말엔 주요 기업들의 수장 교체가 두드러졌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지오센트릭 사장을 1년만에 바꾸며 조직에 변화를 줬다. 신임 사장은 김종화 SK에너지 대표이사가 겸직한다. 정유와 석유화학을 통합해 밸류체인 최적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김종화 대표는 두 분야에서 모두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LG화학도 7년만에 신학철 부회장이 용퇴하고, 김동춘 첨단소재사업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효성화학은 이천석 필름PU장을 대표이사로 앉혔다.
김동춘 사장은 1996년 LG화학에 입사해 반도체소재사업담당, 전자소재사업부장, 첨단소재사업본부장 등을 거쳤고, 이천석 대표는 트리아세틸셀룰로오스(TAC), 대체용 폴리에스터 필름 등 고부가 소재 사업을 이끌어왔다. 범용 소재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중심의 사업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선임돼 올해 자리를 지킨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도 첨단소재 PC사업본부장과 첨단소재 대표이사를 맡은 경험이 있다.
실제로 올해 석유화학 기업들의 첨단소재 투자는 크게 증가했다. LG화학의 경우 올 3분기까지 첨단소재 설비투자액은 1조544억원으로, 석유화학 부문(5512억원)의 두 배에 달했다. 최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도 기존 3대 성장축 외에 '석유화학 고부가 전환'이 새롭게 포함됐다. 자동차·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 특화된 소재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롯데케미칼도 친환경·전지소재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익산 공장의 전지박 라인을 인공지능(AI)용 회로박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60%에서 30%로 낮추고, 첨단소재 비중은 60%까지 끌어올리겠단 목표도 밝혔다.
비핵심 자산 매각 등 재무건전성 확보 작업도 이어질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 6월 워터솔루션 사업(수처리사업), 8월에는 에스테틱 사업 매각을 결정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 6월 수처리 분리막 생산공장을 시노펙스멤브레인에 넘겼고, 지난달엔 파키스탄(LCPL) 지분 75%를 매각했다. 효성화학도 온산탱크터미널 사업부를 지주회사인 효성에 양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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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범용 제품에선 중국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내년에도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구조조정을 기점으로 내년부터는 각사의 사업 체질 전환이 더욱 공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