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제시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해외 재생에너지 수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속가능항공유(SAF), 수소 등 탄소중립 연료 전반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충식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2025 석유 컨퍼런스'에서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국내 재생에너지의 인프라 확충뿐만 아니라 해외 재생에너지 수입 및 연계 정책이 필요하다"며 "관련 투자 및 교차 무역, 수입 다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5%에 그쳐 주요국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전력 단가 역시 원자력과 석탄의 두 배 이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도 뒤처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호주와 싱가포르를 들었다. 그는 "호주 정부는 북부 지역에서 생산된 최대 20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전력을 3400㎞ 해저 케이블을 통해 싱가포르로 수출할 계획"이라며 "완공 시 싱가포르 전력 수요의 최대 1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재생에너지 내재화와 함께 해외 재생에너지 투자를 내세우고 있다.
배 교수는 또 바이오오일(HVO), SAF, 수소 등 다양한 탄소중립 연료가 글로벌 시장에서 개발·실증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HVO 연료 사용을 승인했고, 미국은 2050년까지 항공유 수요의 100%를 SAF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다만 그는 "SAF 시장 및 수송 분야 연료들에 대한 우리 정부 차원의 비전 수립 및 지원 전략은 아직 부재한 상황"이라며 "시장 초기 형성에 필요한 세제 인센티브, 공급망 구축, 기술 적용 가이드라인 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연료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 선도와 민간의 기술혁신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도 정부가 NDC를 통해 2035년까지 신차의 70%를 전기·하이브리드·수소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미국과 중국은 탄소중립 정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유럽연합(EU) 역시 경제 여건과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정책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며 "과도한 전동화 의존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차량과 탄소중립 연료 등 대체 수단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컨퍼런스에선 국내 석유산업을 기존의 규제 중심 시각에서 산업 진흥과 에너지 안보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각국의 산업 보호 강화 기조 속에서 석유제품 수출 전략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